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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4/07 18:44:14
Name   Regenbogen
File #1   AEB085EC_8EB1_4D72_AADA_9D11FF627A01.jpeg (55.8 KB), Download : 48
Subject   글라이더


80년대 초반 가난한 깡 시골에 어떤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가난한 마을에서도 더 없는 집이었지만 그 아이는 그래도 할머니의 사랑속에서 강아지랑 들판을 쏘다니며 매일매일 행복했답니다.

집에는 10원 한장 없는날이 많아 새우깡 환타 보름달빵은 설 추석 봄가을 소풍 딱 네번 먹을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선물이었지만 아이는 괜찮았어요. 집 마당에 자두를 따먹고 뒷산 포리똥 꺽어 먹고 겨울이면 곶감 밤 괴암 감자 고구마… 맛있는게 많았거든요. 그리고 귀해야 선물이지 흔하면 어디 그게 선물인가요?

하지만…

학교는 아이를 가끔 힘들게 만들었어요. 환경미화비, 불우이웃돕기, 크리스마스씰, 평화의 댐… 무슨니 무슨비 시때로 돈을 가져가야 하는데 없는돈을 무슨 수로 가져가겠나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아이를 혼냈어요. 삥땅쳐 과자 사먹는 나쁜 아이라고. 너무 억울해 아니라고 하면 할수록 매질은 더 심해졌고 잘못했다고 빌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매맞고 집에가면 할머니가 한숨을 쉬시며 앞집 뒷집 옆집에 손을 벌려 겨우 밀리고 밀려 내기가 일수였죠.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곶잘 공부를 잘해서인지 담임선생님이 광주에서 열리는 모형비행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라고 했어요. 아이는 너무 가고 싶었답니다. 버스도 타고 싶고 도시구경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모형비행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거든요.

하지만… 그 아이는 대회 나가기 싫다고 했어요. 선생님이 이유를 물었지만 집에 돈이 없다고 하긴 싫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싫다고 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일부러 너 생각해서 다른애들 가고 싶다는데도 너 보내는데 아주 나쁜아이라 불같이 화를 냈고 그날 이후로 한동안 더없이 차갑게 대했어요. 결국 면사무소장 손주가 그 대회에 나갔더랍니다.

그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너무 너무 억울하고 슬퍼 강아지 메리를 껴안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답니다. 그러면 메리가 낑낑대며 핥아주었는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번씩 그날이 생각 납니다.

사실 그 담임은 아버지 교대 동기였어요. 당시 아버지가 승진점수 따러 완도에서도 배로 몇시간 걸리는 섬마을 분교에 근무하는거도 알고 있었죠. 하지만 거기까지… 우리집의 자세한 경제성황은 몰랐고 당연히 그 시골에서 부모가 교사니까 다른집보다 경제상황이 나을거라 생각했었을테고요. 그 담임양반 나름대로 저를 신경써서 챙기는데도 늘 제가 돈을 삥땅치고 엇나가는 아이로 보였을터, 그러던 차 가고 싶다는 딴 애들 제끼고 저한테 출전권을 줬는데 안한다니 폭발했던 모양. 그날 한이 맺혀  고딩때까지만 해도 그 담임 길가다 만나면 쌍욕을 해줘야지 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제가 그 담임 나이쯤(?)되니까 보이더라구요. 돈을 늦게 낼때마다 그 담임이 매번 왜 저에게 그랬는지 또 그날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이런게 짬인가 싶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뭐 글타고 지금 그 담임이 좋다거나 훌륭한 교육자란 얘기는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편애에다 학사비리(?)죠. 그냥 지금은 그때 그 사람의 상황과 행동이 이해가 되는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좋기도 하지만… 100원짜리 새우깡 한봉지면 며칠을 행복해하던 그 시절의 나도 그리 나쁘진 않았던거 같아요. 글라이더는 못사지만 강아지 메리도 있고 마당에 뒷산에 앞들에 먹을거도 많고… 무엇보다 할머니도 계시고.

여튼간에 요즘엔 고무줄 글라이더 잘 안보이더라구요. 다들 드론 가지고 노는가?



10


    억만장자
    이맘때쯤 대회열건데.. 대회시즌에 많이 가지고 놀 거에요.
    이미지는 아카데미 고무동력기 모델이지만
    코스모랑 보이저가 더 원조 아니었나요 ㅎㅎ
    그리고 날개를 대나무살 말고 가벼운 플라스틱폼으로 만든 사이클론이란 고무동력기도 기억나네요
    하마소
    교내 대회 나갔다가 유일하게 뒤로 날아가는 고무동력기를 만들어버려 주위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ㅠㅠㅠㅠ
    8
    매뉴물있뉴
    친구들끼리 얘기하다가 교사하는 친구한테 주워들은걸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함)
    글라이더/고무동력기 만들기 대회가 굉장히 오래됬잖습니까? ㅋㅋ
    그게 K-교육 열풍 그런거랑 묘하게 결합하면서
    사실상 아이가 만드는게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주는 대회가 되어버렸고
    심지어는 아이가 날리면 오래 못날리니까 내가 직접 날리겠다. 는 식의 학부모들이
    너무 늘어서 요즘은 잘 안한다고 들은것 같기도 합니다.
    그걸 듣던 옆에 친구가
    '혹시 그거 인생 2회차 플레이 같은거 아닐까? 그 어렸을때 글라이더 만들어봤던 그 세대가 지금 학부모세대아님??... 더 보기
    친구들끼리 얘기하다가 교사하는 친구한테 주워들은걸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함)
    글라이더/고무동력기 만들기 대회가 굉장히 오래됬잖습니까? ㅋㅋ
    그게 K-교육 열풍 그런거랑 묘하게 결합하면서
    사실상 아이가 만드는게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주는 대회가 되어버렸고
    심지어는 아이가 날리면 오래 못날리니까 내가 직접 날리겠다. 는 식의 학부모들이
    너무 늘어서 요즘은 잘 안한다고 들은것 같기도 합니다.
    그걸 듣던 옆에 친구가
    '혹시 그거 인생 2회차 플레이 같은거 아닐까? 그 어렸을때 글라이더 만들어봤던 그 세대가 지금 학부모세대아님??'
    해서 웃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납니다.
    3
    억만장자
    아니 그걸 왜 부모님이….ㅠㅠ
    한 3-4개 부숴먹으면서 만드는 요령도 알아가고 날리는 요령도 터득하면서 꿀잼되는건데 ㅠ.ㅠ
    매뉴물있뉴
    ㅠㅠㅠ 근데 저 어렸을때도 그런거 부모님들이 다 만들어주고 그랬던것 같기도 합니다...
    아빠가 만들어준 장난감 뭐 그런 느낌
    1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저 고무동력기는
    고무 동력이 있기 때문에 글라이더가 아닙니다.
    글라이더는 동력이 없는 것만을 지칭합니다.
    겨울호빵
    글라이더도 따로 있었죠... 손재주가 없어 한번인가밖에 완성은 못 해봤지만 매년 사기는 샀던걸로 기억합니다.
    고학년 되고 나서는 그냥 뜯지도 않고 환불하고 그랬는데...
    저거만들때 촛불켜놓고 살을 살살 가열해서 휘면 설계도에 딱 맞출 수 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해봤지만 더 잘나가진않있던 걸로..
    주식못하는옴닉
    싸이클론 금지 룰 기억나시는분?
    Regenbogen
    ????
    그게 모얌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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