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3 12:50:26
Name   드라카
Subject   [조각글 20주차] 공생충의 5초








자치령 소속 전투 분석관인 소령은 홀로그램 생성기 위에 떠 있는 홀로그램 이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오리에게 커다란 발톱이 달린 앞발을 붙여놓은 듯한 모습의 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크기는 1m 정도나 될까? 지금껏 그가 상대해왔던 거대한 크기의 외계 생명체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오히려 작아서 더욱 골치가 아팠다. 저그의 모든 전투 병력은 아군 보병을 순식간에 찢어발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똑같이 살상력을 갖추고 있다면 크기가 작을수록 대처하기 어렵다. 총을 든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바퀴벌레와 사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맞추기 어렵겠는가. 소령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하나의 가설을 떠올리면 곧바로 냉철한 이성과 논리가 그것을 반박했다. 소령이 입을 열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자, 회의실 의자에 앉아있던 부관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공중에서 날아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5초 후에 죽기 전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맹렬하게 공격한다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무리 군주라 불리는 비행 생명체 안에서 자라나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탄환처럼 발사됩니다. 목표물에 충돌하면서 1차 피해를 주고 남은 시간 동안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격하고, 죽습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5초 뒤에 죽는 생명체라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맹독충처럼 치명적인 광역 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뒤로 조금씩 피하면서 사격하면 해결될 문제 같은데. 화염 기갑병을 배치한다거나.”



소령은 자신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관을 보고 울화가 치밀었다. 전투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부관이란 놈들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이론과 수치, 데이터로만 전투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는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엉터리 답을. 그 엉터리 답 때문에 얼마나 많은 병력들이 죽어나갔는지 알려주면 그 입을 다물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소령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화염 기갑병이 불을 내뿜기에는 아군 보병들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습니다. 보병들의 갑옷이 고열에 잘 버티는 재질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해결방안을 말씀해 보시라는 것 아닙니까! 전투 분석관은 당신이지 내가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좀 더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적의 포탄이 날아와 큰 피해를 주고 나서 살아 움직이며 5초 동안이나 맹렬하게 날뛰며 주변의 모든 걸 찢어발긴다고. 이 지옥 같은 생명체의 발톱이 해병의 보호구를 뚫고 들어갈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아십니까? 저그의 변이 호르몬 물질 덕분에 공격성과 신진대사율이 극한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0.2초당 한 번꼴로 발톱을 쑤셔 넣는데 빌어먹을 타악기 두드리는 것처럼 들린단 말입니다. 당신이 가장 심하게 발정 났던 10대 시절에 좆질을 해도 그렇게 빠르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잘 모르겠으면 조용히 계셔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부관의 얼굴에 지독한 불쾌감이 번져나갔다. 덕분에 소령의 분노는 차츰 사그라졌다.



“1초에 30m를 달리는 놈과 거리를 벌리며 사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오래전 지구에서 살았던 인간의 고대 전투에서 돌격해오는 기마병을 상대로 긴 창으로 저지하는 방식도 안됩니다. 지상으로 내려와 몸체를 피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포탄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어떤 날카로운 구조물도 놈들에게 가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방법은 하나뿐.”



부관은 당장에라도 하나뿐인 방법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었으나 조금 전 소령의 조용히 있어 달라는 경고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이윽고 이어지는 소령의 이야기를 들은 부관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달 후에 지상으로 내려온 공생충들 위로 날아오르며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는 해병들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웃음과 함께 소령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상에서 10m 남짓한 높이까지 상승했다가 내려오는 5초에 불과한 수직 상승, 하강뿐인 비행이었지만 뭐 어떠한가. 그 5초 사이에 저 빌어먹을 공생충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해병의 보호구에 제트팩을 달아 5초 동안 공중으로 대피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훗날 사신이라는 기동 돌격병을 생성하는데 큰 영감을 주었다.    


...............................................


하고 싶은 말
조금 늦었네요 하하..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이라는 주제를 듣고 재밌겠다! 근데 뭘 쓰지.. 고민하다가 멍때리고 스2 경기를 보는데
무리군주와 공생충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저거닷! 하고 써봤습니다.





2
  • 이런 단편 좋아합니다.
  • 오 잼나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6108 1
16102 IT/컴퓨터저만의 지식/업무/일정관리 시스템 정착기 3 (개인화) 6 + 스톤위키 26/03/27 292 1
16101 IT/컴퓨터저만의 지식/업무/일정관리 시스템 정착기 2 (AI, AI, AI) 스톤위키 26/03/27 181 0
16100 IT/컴퓨터저만의 지식/업무/일정관리 시스템 정착기 1 (GTD와 옵시디언) 3 스톤위키 26/03/27 330 0
16099 일상/생각철원 GOP, 푸켓 쓰나미.... 제가 살아남은 선택들 게임으로 만들어봤습니다 1 큐리스 26/03/26 237 3
16098 오프모임[등벙]용마산~아차산 코스를 돌까 합니다(3/28 토욜 아침즈음) 21 26/03/26 375 7
16097 정치50조 원의 청사진과 2년간 멈춰있던 특별법 12 큐리오 26/03/26 519 0
16096 일상/생각제3화: 2002년 겨울, 아무도 먼저 가려 하지 않았다 3 큐리스 26/03/26 219 4
16095 일상/생각제2화: 1998년 가을, 그냥 편할 것 같아서 4 큐리스 26/03/24 300 4
16093 일상/생각나의 윤슬을 찾아서 16 골든햄스 26/03/24 663 11
16092 일상/생각제1화: 금요일 오후 5시의 공습경보 11 큐리스 26/03/24 554 9
16091 음악[팝송] 미카 새 앨범 "Hyperlove" 김치찌개 26/03/24 211 2
16090 방송/연예방탄소년단 광화문 콘서트, 어떻게 찍어야 할 것인가? (복기) 8 Cascade 26/03/23 780 22
16089 일상/생각자전적 소설을 써보려고 해요~~ 5 큐리스 26/03/23 506 2
16088 육아/가정말주머니 봉인 해제, 둘째 7 CO11313 26/03/22 579 20
16087 게임[LOL] 3월 22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6/03/22 235 0
16086 게임붉은사막 짧은 소감. 갓겜 가능성은 있으나, 덜만들었다. 6 닭장군 26/03/21 755 0
16085 게임[LOL] 3월 21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6/03/21 241 0
16084 영화[스포O] <기차의 꿈> - 넷플릭스에 숨어있는 반짝거림 당근매니아 26/03/20 382 1
16083 게임[LOL] 3월 20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6/03/20 279 0
16082 게임[LOL] 3월 19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6/03/18 305 0
16081 일상/생각ev4 구입기 32 Beemo 26/03/18 1190 15
16080 게임[LOL] 3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5 발그레 아이네꼬 26/03/17 331 0
16079 일상/생각가르치는 일의 신비함 1 골든햄스 26/03/17 740 7
16078 게임[LOL] 3월 17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4 발그레 아이네꼬 26/03/16 38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