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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12 14:28:06
Name   낭만토토로
Subject   한 경제학자의 극적인 변화
안녕하세요. 가끔 글 한 번씩 쓰는 낭만토토로입니다. (제가 즐겨가는 다른 사이트에도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 중에 "거시 경제학은 믿음의 학문이다"가 있는데, 요 몇 년간 그 믿음이 극단적으로 바뀐 매우 유명한 경제학자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FRB (Federal Reserve of Board: 연방준비은행)은 여러 지역구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중에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라는 도시에 근거를 둔 지역구는 Minneapolis fed (이하 미네소타 페드로 통칭하겠습니다)가 관할합니다. 여러 지역의 준비은행 중 미네소타 페드는 학술적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근처에 있는 미네소타대학 (정확하게는 미네소타 대학 중 미니애폴리스 캠퍼스)의 경제학과는 흔히 불리는 대표적인 민물학파 (fresh water: 정부의 개입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파) 거두들이 있는 곳이라서, 연준의 지원을 받되 연준의 행보나 정부 정책의 개입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연구기관으로 유명하죠. 이 학파의 유명한 이론 중 하나가 실물경기변동이론 (real business cycles theory: RBC theory)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실물 경기는 화폐 부분과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어서 화폐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하는 이론이죠.

이 미네소타 페드에 Narayan Kocherlakota 라는 유명한 미네소타 대학의 교수가 의장으로 몇 년 전에 임용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미네소타 대학 교수이다 보니 화폐/정부 정책에 호의적인 분은 아니었죠. 그런데 이 분이 의장에 임명된 후 학문적 입장이 급격하게 바뀌는데, 정부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주장하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유명한 사건이 이 미네소타 페드의 유명한 거시학자들 계약을 종료/혹은 해고하고 (이들은 정부/중앙은행의 정책에 부정적인 사람들입니다) 정반대되는 학문적인 입장을 가지는 사람들을 임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매우 유명한 사건이었죠.

더불어 이 분이 최근에 의장 임기가 끝나고 다시 연구를 시작하면서 새로 낸 논문이 있는데 제목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Fragility of Purely Real Macroeconomic Models," 즉, 앞에서 소개한 RBC 이론이 굉장히 이론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물론 증명이나 가정의 타당성은 제가 그렇게 깊이 본 게 아니라 말씀 못 드리겠네요) 논문입니다. 즉, 이 분은 단순히 학문적 입장이 바뀐게 아니라, 왠지 뼛속 깊이 자기가 있던 학교의 반대파가 된 듯한 느낌이네요.

특히 제가 이 논문의 도입 부분에서 인상 깊게 본 문구는 "However, their fragility means that purely real models are simply too incomplete to be useful in interpreting the world."입니다. 즉 RBC 모델은 정말 완성되지 못했다. (Prescott 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를...)... 몇 년 전에, 미네소타 대학 (혹은 미네소타 페드)에서 유명한 거시경제학자들, Chari, Kehoe, McGrattan (2009, AEJ-Macro)이 쓴 논문의 제목이 "New Keynesian Models: Not Yet Useful for Policy Analysis"였는데 정반대의 논의를, 같은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 주장하네요. 이 정도의 급격한 학문적 입장 변화를 보이는 사람은 거시학계에서는 잘 없는데, Kocherlakota정도의 유명 인물이 이렇게까지.. 참으로 신기합니다.

매우 흥미롭게도, Kocherlakota 는 의장 임기가 끝난 후 RBC 모델의 중흥기와 함께한 로체스터 대학의 특임교수로 임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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