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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2/14 09:57:38
Name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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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사업하면서 느끼는것들


창업인지 사업인지, 그냥 프리랜서인지 모를것 같은 어찌됐든 법인을 1년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단 직원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거래처도 있고, 내 월급은 없고 직원 월급으로 나갈돈만 있는 상황이니 죽이될 사업이든 밥이 될 사업이든 일단 기업 비스무리한것의 대표로 살아보게 됐죠.

뭐..

그렇게 썩 좋은 경험들을 한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사업가가 될 자질이 부족한 탓인지, 그 1년동안 한 일에 대한 대금을 거래처에게서 못받을 위기에 처해 있고 회사 상황이 불안한걸 느낀 직원도 퇴사해버렸습니다.

지금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결해낼 방안을 찾지 못하면 아마 폐업 수순으로 갈것 같아요.

한동안 울적하고 화도 나고 사람 만나기도 싫어서 피씨방 가서 롤만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그러니까 생각이 좀 정리되는것 같아요. 실패였지만 그나마 그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여기서 몇자 남겨볼까 합니다.

1. 좋소기업

요즘들어서 좋소기업 욕하는 글들 커뮤에서 읽고 있다보면 보통 글이 피력하는 피해자인 직원보다, 악덕 사장으로 지목되는 좋소 대표에게 더 공감이 갑니다.

좋소기업 (10 이하의 크기의 사업장)이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고 주요 인사에 자기 가족을 박아놓는건 사업을 하다보면 믿을만한 사람이 가족만한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예 생판 남을 자기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수도 있는 포지션에 놓으려면 해상 인사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회사를 골로보낼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좋소에서 임금을 후려치거나 열정페이를 시키는 이유는 높은 확률로 그 좋소기업의 사업이 인건비 사업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인력 사무소인거죠. 따라서 직원의 임금을 후려치고, 임금보다 더 많은 일을 부담하게 만드는게 대표가 가져가는 돈이 됩니다. 한마디로 대표의 인센티브는 인력사무소에서 인력을 가스라이팅하여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여 시장보다 높은 노동을 시키는데에 있습니다.

좋소를 옹호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학교에서 1등급을 맞는 학생도 있고, 안타깝지만 9등급을 맞는 학생도 있습니다. 모든 학생의 꿈은 1등급이지만 모든 학생이 받을 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기업의 대표는 왠지 자본사회에서 1등급을 받을만한 탁월한 인재들이 해야할것 같지만, 사실은 등기국가서 서류 몇개 쓰면 누구나 대표님이 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보다 대표하기가 더 쉽습니다. 인터넷에서 욕먹는 좋소기업들은 1등급이 되지 못한 안타까운 대표들의 일면을 보여주는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소 이상의 기업을 만들기란 꽤나 어렵습니다. 회사라는 작은 조직 또한 마치 헌법을 세우는것 같은 과정이 필요하고, 문화도 만들어야 하며 대표는 판사임과 동시에 부모의 역할도 해야합니다. 이 모든것들을 다해내는게 칭찬받을 일이지 못해내는게 그렇게나 조롱받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 마음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표가 아닌 직원이기 때문에 공감받기가 참 어렵긴 하겠죠. 웃긴건 저 또한 회사 나오기 전에 좋소 욕하고 다니던 커뮤의 흔한 1인이었답니다.

2. 시장에 관하여

3년전에 회사를 나올때 시장에 정면으로 맞서서 싸우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것 중에 하나가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의 경우는 지킬줄 알았거든요. 근데 윤리성이나 도덕성도 시장논리에 의해서 가격이 매겨지고 양심을 버렸을때의 비용이 내가 당장 벌 수 있는 돈보다 낮으면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빌드 최적화 하는것처럼 반드시 양심도 시장논리에 의해서 최적화됩니다. 한마디로, 돈을 위해서 양심이라던가 우리가 생각하는 도리를 져버리는 상황이 빈번하다는겁니다. 이 부분이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변수였습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서로 경우를 지키며 사는 이유는 서로 굉장히 밀착된 환경에서는 평판이라던가 소문이 본인의 고과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엿먹이면, 엿먹인 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일단 신뢰를 잃게 되는거죠. 신뢰를 잃으면 그 조직에서 승진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사 밖이라면, 서로 쌩까면 그만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회사에 있으면 내일도 봐야하고, 내년에도 봐야할 사람이지만 사회에서는 쌩까도 되거든요. 어차피 남남이었는데 다시 남남으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겁니다. 이 상황에서 인간관계에서의 어떤 윤리감, 또는 본인 양심도 가격이 매겨지고,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다음 사업 거래에서 돈을 더 얹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어쩌면 양심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이 가장 빠르게 팔립니다.

좀 더 와닿게 비유하자면, "내가 산 주식이 지금 완전 고점인데, 이거 사가는 사람은 어쩌면 물릴수도 있는데 팔아도 될까?" 를 고민하는게 바보짓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걸 사람 얼굴보고 대화도 하고 일도 같이한 사람에게 팔아넘기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익절을 꽤나 친한 친구한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공감능력이 높을수록 어려운것 같아요.

저는 공감능력이 꽤 높은 편인지 필요하지도 않은 인간관계의 경우를 무리하게 지키는것도 있었지만, 가장 바보같은 점은 상대방도 저만큼의 공감능력에 따라서 행동할거라 기대한게 가장 큰 패착이었던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먼저 탈락되는건 어쩌면 공감능력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나의 이득이 다른 사람의 손해일수 밖에 없거든요.

3. 마치며

자본주의 사회가 참 잘 돌아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죠. 각자 자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 또한 극대화되는.. 뭐 수박 겉핥기로 배운거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지 않나요? (진짜 모름).

근데 저거의 어두운 버전은, 마치 게임 이론처럼 자기가 가장 이기적으로 스스로의 이득을 최대화하려고 할때, 인간간의 상호작용이 가장 최적 효율로 흘러가게 됩니다.  사업을 한다는건 그 최적 효율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손을 잡아줄 수 밖에 없게 설계하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 너무 몰입해도 안되고,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디테일에 너무 휘둘려도 안됩니다. 왜냐면 그 모든것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최적값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원인은 아니거든요.

그저 사업일 뿐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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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솔한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업을 시작하기 전 꼭 읽어야 할 글
  • 현실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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