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2/06 09:39:29
Name   Schweigen
Subject   후레자식.
코를 골았던 덕에 천하에 개 후레자식이 되었다.

이틀 밤을 세고 장지로 가기 전 몇시간 쓰러지 듯 잠이 든 게 화근이었다. 평소에도 코골이가 있던 탓에, 이틀을 못 잔 탓에, 코를 심하게 골았나 보다.

[저 새끼는 지 애비가 죽었는데도 세상 떠나가라 코 골고 자더라.]

상주의 자세는 곡기를 끊고 눈물과 곡소리에 못 이긴 실신일진데... 감히 눈물 한번 보이지 않고 곡소리도 내지 않은데다 매끼니 챙기겨가며 코까지 골았으니 내탓이었겠지. 이틀을 새었건 삼일을 새었건 코골이가 있던 말던...

천하의 몹쓸놈

그들의 비난에도 그리 화는 나지 않았다. 원래 난 불효막심한놈이었으니까.

죽기전 내 결혼을 보는게 소원이라던 아버지의 말을 들어드리지 못했고 열아홉이 되어 주민등록증이 나오자 집을 나가 그대로 20년 넘게 1년에 얼굴 한두번, 전화 몇통이 전부였던 원래부터 그랬던 천하의 불효막심한 놈.

기억은 안나지만 어른들이 그랬다. 어릴땐 그렇게 애교 많고 시상 착하고 정이 깊었던다. 난 기억은 언나지만... 하지만 어쩌랴... 내가 이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선 그런 후레자식이 될수 밖에 없었던것을.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평범한 집에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면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았을까. 또 내가 남들과 다른 그런 사람이 아니라 멀쩡히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형제간에 우애 지키며 부모 봉양하는 그런 살가운 아들 말이다.

물론 원래 이라고 생겨먹은 거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거 잘 알고 있다. 그냥 한번 해보는 생각일 뿐.

그래도...

그날 남들 보는 앞에서 눈물도 보이고 곡소리도 내고 곡기 끊어 한번 실신도 할걸 그랬나 가끔 후회를 한다. 꾹 삼키고 줄담배만 피는 거 대신 말이다. 그리 어려운거 아니었으니까. 그랬으면 남들에게 가시는 길 저리도 슬피 우는 효심 가득한 아들을 둔 복받은 아비가 되었을텐데... 후레자식을 둔 불쌍한 아비 대신...

난 왜 그리 속으로 꾹꾹 담고 밖으로 내어놓지 못하였을까... 지금도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남들 말마따나 원래 천하의 몹쓸 후레자식이어서려나... 명절이 되면 한번씩 이리 가시 하나 박힌 듯 따끔거린다.




1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860 7
    15090 철학/종교할일 없는김에 써보는 미신(신점 사주 등) 후기 5 다른동기 24/12/04 457 0
    15089 오프모임[일정변경오프]12/4 18:50~탄핵실패(하야요구) 여의도산책 11 24/12/04 1004 5
    15088 음악[팝송] 얼모스트 먼데이 새 앨범 "DIVE" 김치찌개 24/12/03 260 1
    15087 정치바이든의 사면, 하나 남은 도미노가 무너지면. 7 코리몬테아스 24/12/02 1193 9
    15086 경제고수익 알바를 해보자 (아웃라이어 AI) 55 치킨마요 24/12/01 1455 6
    15084 영화잃을 것이 많아진 어른의 모험 - 모아나2 2 kaestro 24/12/01 473 4
    15083 기타★결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당첨자 ★발표★ 9 Groot 24/12/01 390 3
    15082 게임2024년 개인적인 게임 로그 2 에메트셀크 24/12/01 371 1
    15081 IT/컴퓨터분류를 잘하면 중간은 간다..? 닭장군 24/12/01 454 5
    15080 꿀팁/강좌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2. 인클로저 방식 4 Beemo 24/11/29 458 6
    15079 방송/연예안타까운 르세라핌 9 닭장군 24/11/28 1094 1
    15078 오프모임이번주 토요일 국중박 특별전시 5 치킨마요 24/11/28 581 0
    15077 도서/문학거미여인의 키스 읽기 4 yanaros 24/11/28 540 8
    15076 일상/생각아무말대잔치 - 미국의 비트코인 담론 14 은머리 24/11/28 717 3
    15075 기타[나눔] 별다방 아메리카노 T 깊콘 1장 22 Groot 24/11/28 443 12
    15074 도서/문학『원더풀랜드』-미국이 2개의 이념의 나라로 된다 인생살이 24/11/28 510 1
    15073 스포츠[MLB] 블레이크 스넬 5년 182M 다저스행 김치찌개 24/11/28 222 1
    15072 오프모임썸녀 만들기 조차 실패한 기념 솔크 준비 19 치킨마요 24/11/27 1020 0
    15071 기타나르시시스트가 교회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7 평생모쏠 24/11/27 644 0
    15070 스포츠[MLB] 기쿠치 유세이 3년 63m 에인절스행 김치찌개 24/11/26 300 1
    15069 정치이재명 위증교사 1심 판결 재판부 설명자료 5 과학상자 24/11/26 1021 5
    15068 꿀팁/강좌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1. 6 Beemo 24/11/25 585 13
    15067 도서/문학『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1 meson 24/11/24 594 6
    15066 도서/문학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6 kaestro 24/11/24 493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