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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6 13:04:08
Name   어느 멋진 날
File #1   2008071200360_1.jpg (165.9 KB), Download : 37
Subject   비 오면 슬피 울던 개


주르르륵 주르르륵
얼마만에 듣는 비 소리인지 모르겠다.

우리집 뒷편 카센터에는 개 한마리가 있다. 이 녀석은 처음 보던 날부터 지금까지 쭉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나도 학창시절엔 누구한테 맞았냐며 왜 그리 슬퍼하냐며 주변에서 묻곤했다. 사회생활 할땐 집에 무슨 우환이 있냐며 묻곤 했다.그래서 더욱더 그 녀석을 볼때마다 꼭 나를 보는것 같았다.

이 녀석은 항상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슬피 울었다.
무엇이 그리 슬픈지 내 가슴까지 아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나는 일이 있어서 집  뒷편 카센타에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항상 슬피울던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왜 비만 오면 그리 슬프게 우는지, 왜 저리 슬픈 눈을 가지게 되었는지.

얼마전 TV를 보다 진짜 사나이에서 6.25 특집으로 유해발굴 하는 모습이 나왔다.
7년전 이 맘때 군견막사에서 생활 할 때가 있었다.
주둔지를 놔두고 거의 3달 가까이 24인용 텐트를 치고 유해발굴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주먹밥을 만들고, 먹는둥 마는둥 바쁘게 움직여 산을 타곤 했다.
매일 같은 산을 타다보니 보통 사람이 1시간 40분걸리는 코스를 30분만에 타기도 했다. 그 만큼 힘들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매일 매일  똑같은 호를 파고, 똑같은 산에, 똑같은 주먹밥을 먹다보면 지칠법도 한데 이상하게 힘이났다.
그러다 한번은 발굴작업 하는 등산로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어르신 한분이 올라오고 계셨다.
난 이상했다. 그냥 경례를 해야 할것 같아서 경례를 했다. 그랬더니 그 분이 환히 웃는 모습으로 손에 10만원짜리 수표 2장을 쥐어줬다. 자신은 한때 대령으로 군에 복무하다 전역했다고 한다. 그래서 경례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했다. 고생하는데 막걸리나 사 먹으라는 것이다.그리곤 더 이상의 말 없이 가던 길을 가버리셨다. 우린 그 분을 대령도사라고 불렀다.

타부대 군견막사에서 생활 하면서 아침 일찍 산을 타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저녁이 다 되어서 돌아오니 P.X를 이용 할 시간도 없고 전화기 조차 없는 군견막사이기에 외부와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다.유일한 낙이라면 그 주에 유해발굴 성과가 나오면 소대장 동반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나는 너무 가족과 연락하고 싶었다. 너무 간절했을까? 꿈속에서 유해발굴 하는데 오른쪽 팔뼈가 나오는 꿈을 꿨다. 그날 오후 교통호 옆에 좀 떨어져 있는 개인호에서 발굴작업을 했는데 삽 끝에 턱 하고 걸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유해라는 생각이 나서 유해발굴병을 불러 확인해봤다. 맞았다. 꿈에서 봤던 오른 팔 뼈였고, 전신뼈가 다 온전히 보존된 유해였다. 두개골에는 그 당시 치열했던 흔적을 보여주는 구멍이 있었으며 주변에 탄피가 너부러저 있었고 수통에는 구멍이 나 있었으며 손에는 중국집에서 볼법한 큰 식칼이 들려있었다.

유해를 발굴했던 그 날 소대 전체가 3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성과가 매우 좋았다. 격려의 차원으로 중대장이 소대외출을 허락해줬다. 나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외출하고서 바로 집에 연락을 했다. 형은 타지에서 생활하느라 집에 없고 아버지는 남미쪽으로 출장을 가셨던 상태였다. 어머니 혼자 외롭게 집에 계셨다. 그런데 사뭇 어머니 목소리가 너무 어두웠다. 나는 단박에 뭔가 큰 일이 있다는걸 알아챘다. 불길한 느낌이 들기 전에 외할머니께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계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당뇨쇼크로 쓰러지셨다 합병증을 얻으셨고 기억력이 많이 안좋아지셨다. 그래도 항상 맏딸 아들들 이름은 기억하시고 항상 서울대 교수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던 외할머니께서 쓰러지셨다. 외출 복귀후 소대장님께 말씀드리고 휴가를 신청했다.

나는 사람을 혐오하는 부류중 제일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내가 겪어봤는데 괜찮으니 너도 그러라고 하는식의 부류다.
휴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행보관이 중간에 짤랐다. 이해가 되질 않아서 소대장과 함께 따지러 갔다.그랬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였다.
아직 외할머니가 돌아가신것도 아니고 자신은 군대 있을 때 어머니 돌아가시는것도 보지 못했다. 군인이면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것이였다. 나는 곧바로 중대장에게 달려가서 정기휴가를 짤라서라도 휴가를 갈테니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한바탕 난리를 치고 휴가를 나갈 수 있었다.

중환자실에는 외할머니가 누워계셨다. 힘 없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눈만 간신히 뜨고 계셨다. 차마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다. 후유증으로 상당부분 기억을 잃으셨고 힘든와중에 항상 기억해주시고 이름을 불러주시며 대학교수가 되라고 해주셨던 외할머니가 힘 없이 누워계셨다. 짧은 면회시간이 지나고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 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유해발굴 작업을 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옆에서 자던 소대장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대장님의 전화기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소대장님은 황급히 텐트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11시 불침번이였는데, 마침 밖에서 소대장님이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대화내용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삼성병원에 전화하는 모습을 보니 안좋은 소식인건 분명했다. 난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소대장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전해주셨다.나는 바로 행보관한테 달라가서 휴가계를 끊어달라고 했다. 행보관은 날 비웃는듯 처다보며 저번에 휴가를 나가면서 이번은 안나가는것 아니였냐고 되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소대장이 화를 내며 행보관한테 따졌다.
행보관은 못마땅 하다는듯 적선하듯 계원에게 휴가계를 끊어주라고 시켰다.

강원도 전방 산골에서 버스를 5번 갈아타고 창원에 있는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7시간이 걸리는 시간동안 사람과 사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아니 한 사람에 대한 증오감만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유해발굴을 하는 과정에서 운구라는 과정이 있다. 임시 봉안소로 옮기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참 많이 눈물을 흘렸다. 단순히 나라를 위해 싸우시다 돌아가신 분 뿐만 아니라 유해발굴하는 과정동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일지도 모른다. 아마 나도 모르게 외할머니를 보내드린다는 생각으루 운구하는 과정에 임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르르륵 주르르륵
비가오면 항상 카센타 개는 슬피운다.
그러나 이 맘때 우는 저 개의 울음소리가 7년전 그 날을 떠 올리며 날 위해 대신 울어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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