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07 17:45:30
Name   이젠늙었어
Subject   담배 <1>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지급받은 사무용품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게 두 가지입니다. 슬리퍼와 재떨이. 지금은 아마 절대 이런거 안주겠죠.

여튼, 첫 직장생활 때만 해도 남자라면 흡연자가 일반적이었고 오히려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들이 좀 이상했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피웠습니다. 기차나 고속버스에서도 피웠습니다. 팔걸이나 앞좌석 뒷면에 재떨이가 있었거든요. 지하철 역의 양 끝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재떨이가 있었습죠. 일본을 오고가는 비행기 뒷좌석 부분은 흡연석이었습니다. 짧은 두 시간의 비행이었습니다만 기내식이 나왔고 식사 후에 모두 담배 한 모금씩 하면 기내 뒷좌석이 뿌연 담배연기로 장관이었죠.

저도 헤비스모커였습니다. 남들보다 좀 더 독한 담배를 피웠었죠. 아시다시피 세상은 갑자기 담배와 적대적이 되어 갔습니다. 가장 먼저 제게 영향을 준 것은 비행기였습니다. 기내 전면 금연이 된 후 열 몇 시간 동안 강제 금연 후 뉴욕에서 핑 비틀거리며 피우던 담배가 어찌나 그리 맛있던지요...

젊은 시절 저의 하루는 기상하자마자 이불속에서 한까치 피우면서 시작했습니다. 머리맡엔 항상 재떨이가 있었어요. 하루의 마지막은 그날의 마지막 꽁초를 머리맡 재떨이에 눌러 끄면서 끝났습니다.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은 지속되었는데요, 물론 그리 길진 않았습니다. 아내가 정말로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싫어하는건 되도록 말하지 않을라고 했는데, 정말 미안해, 내가 도저히 못견디겠어. 제발 방에서는 담배 안피면 안돼?'

이제 재떨이는 화장실로 퇴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을 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은근한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자기 담배 끊으면 좋겠다.'
'어, 아기 낳으면 안필게.'

공수표였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도 저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애들과 같이 놀이공원에 간 사진을 봤는데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서도 저는 담배를 물고 있네요. 참 나쁜 아빠이자 남편입니다.

아내의 영향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하며 갑자기 담배가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박 산행을 하면서 무게를 1그램이라도 줄이려고 고민고민 하던 때입니다. 장기 산행에 갑자기 2~3일간 피워야할 담배를 챙긴다는게 구차하게 느껴진거죠. 거기다가 어떤 전문 산꾼이 말하길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만큼 체력을 길러라. 같은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다." 라는 겁니다. 명언이죠. 담배를 끊으면 가벼워지고 게다가 체력도 늘겠는데?

그래서 심각하게 담배를 피우며 금연해볼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2부에 계속>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73 스포츠[MLB] 오승환 토론토 유니폼샷.jpg 6 김치찌개 18/02/28 4908 2
    8593 음악사마-사마 18 바나나코우 18/12/02 4908 5
    11108 오프모임(마감) 11월 7일(토) 저녁 6시부터 시작하는 맥주벙 한 분 추가 모집합니다 19 내허리통뼈아안돼 20/11/04 4908 0
    4912 일상/생각종이공룡 1 사슴도치 17/02/18 4909 3
    5874 역사삼국통일전쟁 - 4. 642년, 두 거인의 만남 4 눈시 17/07/01 4909 11
    6513 스포츠휴스턴 애스트로스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jpg 1 김치찌개 17/11/03 4909 0
    2582 일상/생각장학금 매칭... 33 새의선물 16/04/09 4910 1
    2724 기타컴퓨터 샀습니다.jpg 9 김치찌개 16/05/01 4910 0
    4682 방송/연예I.O.I가 완전한 해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1 Leeka 17/01/24 4910 0
    7047 일상/생각노력에 대한 단상. 3 epic 18/02/04 4910 4
    7711 게임 6월 19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18/06/18 4910 1
    12068 음악새로 구운 우리 둘만의 크레이프 케익 6 바나나코우 21/09/11 4910 8
    13406 IT/컴퓨터(장문주의) 전공자로서 보는 ChatGPT에서의 몇 가지 인상깊은 문답들 및 분석 7 듣보잡 22/12/17 4910 17
    4084 기타용의 눈물 '위화도 회군' 5 피아니시모 16/11/04 4911 1
    4947 일상/생각상처엔 마데카솔 4 아침 17/02/21 4911 14
    7131 영화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유니버스가 리부트 됩니다. 2 키스도사 18/02/17 4911 0
    10504 오프모임칭9랑 싸운 기념 4/17 17:15 서울대입구역 저녁 15 달콤한망고 20/04/17 4911 2
    12823 게임금강선 님의 사임에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했던 이유 6 The xian 22/05/16 4911 11
    940 음악Dar Williams - When I Was a Boy 4 새의선물 15/09/07 4912 0
    2186 일상/생각담배 <1> 5 이젠늙었어 16/02/07 4912 1
    3898 IT/컴퓨터이원복 KTL 원장 "갤노트7 발화원인 검증 경솔했다" 12 Leeka 16/10/13 4912 0
    6826 일상/생각덴마크의 크리스마스 8 감나무 17/12/25 4913 15
    8578 영화IMF를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고 왔습니다. 8 토비 18/11/29 4913 2
    9763 영화영화 조커를 보고 3 저퀴 19/10/03 4913 0
    11627 음악중년의 사랑 8 바나나코우 21/04/29 4913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