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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10/07 10:26:57 |
Name | Picard |
Subject | 공채시대의 종말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 |
안녕하세요. 평범한 중견기업 다니는 중간관리자입니다.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할때는, 그래도 대기업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비재가 아닌 B2B 제조업이라 사람들이 저희 회사는 몰라도, 회사 이름을 말하면 '아, 그 그룹 계열사야?' 라고 물어봤죠. 그룹의 주력은 아니었지만... 요즘 구분하는 식으로 '준대기업' 군에 들어가는 그룹의 계열사였습니다. 입사를 하고 3주동안 그룹 신입사원 공채 교육을 받았습니다. 탑4 대기업처럼 뭐 대단한 교육이나 이벤트를 하는건 아니지만.. 하루도 안쉬고 6시 기상, 8시 교육 시작 ~ 9시 교육 종료, 12시까지 과제 및 개인정비.. 그나마 토,일은 교육이 오후 6시에 끝나긴 했습니다. 21일동안 꽉 차게 교육을 받았죠. 그러고 나면 또 2주동안 자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때는 주로 회사에서 필요한 실무와 각 부서장들의 전문분야별 특강(이라고 쓰고 썰풀기) 위주였고 그룹 연수원 교육처럼 빡세진 않았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신입사원 공채 교육은 '사축(....)'을 만들기 위한 세뇌교육입니다. 교육 2일차였나, 3일차였나.. 기업의 목적이 뭐냐? 라고 질문 했을때 (저 같은 공돌이들은 ??? 하고 있지만) 경영쪽 나온 친구가 '사회공헌입니다!' 라고 했다가 '기업의 목적은 돈 버는거다!' 라며 쪽 당한게 강렬하게 기억납니다. 사회공헌 같은건 교과서에나 나오는거라고... (요즘 이런 일 벌어지면 블라인드에... ) 10년전쯤 삼성전자에 입사한 사촌동생이 '노조가 뭐 필요있냐. 돈 많이 받는데' 라고 하고 다니더군요. ㅎㅎㅎ 그래서, 대기업들을 보면 은근 '순혈'을 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채 입사해서 쭉 이 회사만 다닌 순혈이 여러모로 유리하죠. 다른 회사를 겪어본적이 없으니 '회사가 거기서 거기지 뭐' 가 되는 거고, 좀 더 세뇌당하면 '이정도 받으면 되는거지 뭐' 하고... 불만이 있어도 행동으로 나서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그에 비해 경력으로 들어오신 분들... aka 혼혈분들을 보면 다른 회사를 겪어봐서 회사가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는걸 잘 압니다. 언제든지 더 좋은 대우를 제시하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분들 눈에는 순혈들이 너무 답답하죠. 양쪽 다 이해가 갑니다. 이런 순혈 인재들은 옛날식의 '오너 또는 사장이 탑다운식으로 내려오는 일을 의문을 갖지 않고 하는 방식'에 최적화된 인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공채를 없앤데요. 그 말은 이런 대규모의 '세뇌'를 포기한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고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었고, 또 개개인의 마인드가 바뀌었으니 '세뇌'가 효과가 없고, 효율이 낮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재벌 오너의 한마디, 한마디... 아니 표정 하나가 중요한 기업 문화에서... 바뀌려고 한다지만 지금 임원은 물론 부장급까지도 그 기업문화에 세뇌된 사람들이 가득한데.. 공채(=세뇌) 없이 이런 식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온갖 불법/탈법을 저지르면서도 내부고발이 거의 없는 이유중 하나가 이런 세뇌된 사람들이 많고, 내가 뒤집어 쓰고 가는걸 '멋있다~' 라고 봐주기 때문일텐데... 공채가 없어지고 한 10년쯤 지나서 공채 없이 입사한 사람들이 중간관리자의 자리에 올랐을때, 어떤 내부고발들이 터져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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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탈법에 꼭 돈이 오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회사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고 내가 돈을 더 받는건 아니죠..
어느날 이게 걸렸는데 세뇌되지 않은 환경관리자가 '이거 다 위에서 시킨거임' 하고 녹취라도 까면... 볼만하겠죠.
뭐, 오너 비자금 등에 엮인 사람들은 콩고물을 얻어 먹을테니 계속 조용히 하겠죠.
몇년전에 저희 회사에 역대급 횡령사건이 터졌는데. 그거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전 회장이 비자금 창구였는데 회사 망하면서 회장이 쫒겨나자, 그 루트 관리하던 사람들이 자기들이 계속 해먹다가 걸린거였습니다. 물론 여기 연관된 사람들 모두 순혈라인이었고요. 이런건 아무나한테 못 맡기죠. (...)
회사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고 내가 돈을 더 받는건 아니죠..
어느날 이게 걸렸는데 세뇌되지 않은 환경관리자가 '이거 다 위에서 시킨거임' 하고 녹취라도 까면... 볼만하겠죠.
뭐, 오너 비자금 등에 엮인 사람들은 콩고물을 얻어 먹을테니 계속 조용히 하겠죠.
몇년전에 저희 회사에 역대급 횡령사건이 터졌는데. 그거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전 회장이 비자금 창구였는데 회사 망하면서 회장이 쫒겨나자, 그 루트 관리하던 사람들이 자기들이 계속 해먹다가 걸린거였습니다. 물론 여기 연관된 사람들 모두 순혈라인이었고요. 이런건 아무나한테 못 맡기죠. (...)
사회공헌도 그렇게 해석이 됩니다. 그때 지속가능경영 이라는 키워드가 뜨기 시작했던가 하던 시절이라...
돈을 벌먼서 고용 유지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는게 기업의 사회공헌이죠. 애초에 돈을 못 벌면 사회공헌 자체가 안됩니다.
그런데 냅다 '사회공헌 같은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거고.. 기업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합니다! ' 라고 한다는건, 그냥 '응, 일단 돈 벌고 봐야지. 뭐 불법? 편법? 문제 안되는 선에서 줄타기 하는거야' 라는 의미가 되더라고요.
돈을 벌먼서 고용 유지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는게 기업의 사회공헌이죠. 애초에 돈을 못 벌면 사회공헌 자체가 안됩니다.
그런데 냅다 '사회공헌 같은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거고.. 기업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합니다! ' 라고 한다는건, 그냥 '응, 일단 돈 벌고 봐야지. 뭐 불법? 편법? 문제 안되는 선에서 줄타기 하는거야' 라는 의미가 되더라고요.
사회공헌같은건 교과서에만 나온다는 말은 허용된 선보단 더 나간 감이 있지만
기업의 목적에서 사회공헌이 돈 버는것보다 앞에 언급될 수는 없다고 봐요. 말씀하셨다시피 사회공헌을 하려면 일단 돈 벌어서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기업의 목적에서 사회공헌이 돈 버는것보다 앞에 언급될 수는 없다고 봐요. 말씀하셨다시피 사회공헌을 하려면 일단 돈 벌어서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그래서 허용된 선보다 나갔다는 생각이 들고 투박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잘못됐다? 까지는 모르겠고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당연히 대놓고 말은 안 하죠. 단지 미사여구를 잘 붙일 뿐이고, 얼마나 잘 붙이냐가 뻔뻔한 행동을 얼마나 잘 정당화할지 결정할 뿐인 거죠ㅎㅎㅎ....
애플은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충전기를 뺐고, 근데 단자통합은 아직이고, 값은 그대로지요...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당연히 대놓고 말은 안 하죠. 단지 미사여구를 잘 붙일 뿐이고, 얼마나 잘 붙이냐가 뻔뻔한 행동을 얼마나 잘 정당화할지 결정할 뿐인 거죠ㅎㅎㅎ....
애플은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충전기를 뺐고, 근데 단자통합은 아직이고, 값은 그대로지요...
어차피 평생고용신화가 깨진 이상 맹목적인 충성을 기대하긴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었다 생각합니다.
근데 큰 회사들이 업계에서 맡던 역할인 신입 트레이닝마저 포기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더군요. 갓 졸업한 친구들은 어디서 업무와 사회생활을 익혀야 하나
근데 큰 회사들이 업계에서 맡던 역할인 신입 트레이닝마저 포기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더군요. 갓 졸업한 친구들은 어디서 업무와 사회생활을 익혀야 하나
가장 활발하게 경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고, 한 기업에서의 예상 기대근속년수가 낮아짐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봐야겠죠. 드러나는 이직 사유들을 보면 예전에는 다 애사심(이라는 명목하의 충성심 강요)으로 커버가 되던 것들이였지만, 이제는 돈보다도 다른 이직 사유들도 많으니까요.
시대가 바뀌면서 결국 조직문화도 변해야 하고, 오너 일가들도 아직은 어떻게까지 고자세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1-2년 흘러가는것에 비하여 더 빠르게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과 불만이 강해질 것이 자명해보이니까요.
HR업무하면서 요즘처럼 입/퇴사가 잦은 시기가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시대가 바뀌면서 결국 조직문화도 변해야 하고, 오너 일가들도 아직은 어떻게까지 고자세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1-2년 흘러가는것에 비하여 더 빠르게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과 불만이 강해질 것이 자명해보이니까요.
HR업무하면서 요즘처럼 입/퇴사가 잦은 시기가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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