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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02 15:02:30수정됨
Name   이그나티우스
Subject   08~11에 수능 4번보고 대학간 썰
요즘 모 장관후보의 자녀분 이야기로 많이 떠들썩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닙니다. 다만 마침 그 따님이 대학간 시기가 한참 제가 수험생활 하던 시절과 겹쳐서 그시절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고3이었을 때가 08년이었는데요, 그때 한참 등급제 수능으로 말이 많았었습니다. 건동홍 라인을 비벼볼만한 성적이었으니까 수능을 그렇게 못 본 편은 아니었는데, 일단 지망학교와 너무 성적차이가 나서 진학을 단념하고 재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고3때 충분히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그런 아쉬움도 좀 있었구요.

여담이지만 그때 서울법대가 정시 빵꾸가 났던걸로 기억합니다. 수능성적이 서울대 법대와 전혀 인연이 없던 친구가 그 틈을 노려서 한방에 합격한 일이 있었는데요, 참 정시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수까지는 좀 괜찮았습니다. 친구들도 많이들 하고 하니까 혼자만 뒤쳐진다는 느낌도 없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수종합반(까짓거 이름 까죠. 강남종로였습니다.)을 다닌게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른 과목은 그럭저럭 하는데 수학만 독보적으로 못하는 그런 타입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수학을 좀 집중적으로 케어를 받아야 하는데, 재종반은 모든 과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하다 보니 그게 잘 안되더군요.

하다못해 수능이 좀 쉽게 나왔으면 나았을텐데, 마침 재수하던 시절이 역대 수능 난이도 탑3를 자랑하는 09년도여서 그 타격을 정면으로 받고 성적이 완전 굉침했습니다. 수능 수학 원점수 50점대에 4등급이 딱 하고 뜨니까 진짜 말이 안나오더군요. 수능을 털리고 나서 수시 논술전형에 올인했는데 그것도 잘 안되서 전부 광탈했습니다. 일단 아무리 못해도 전부 30:1은 훌쩍 넘는 전형들이라... 일정이 제일 늦었던 서강대 시험을 치고 오면서 지금 뭐하는 것인가? 라는 현타가 엄청 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재수도 개털리고 나서, 삼수로 돌입했습니다. 삼수에서는 이전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약점인 수학과 그 다음으로 못하는 언어만 초반 6개월동안 죽어라고 팠습니다. 재종반은 안다녔구요, 인강 제외하면 수학 과외 하나만 받았습니다. 스탑워치로 찍어서 두자릿수 공부시간이 나왔으니까 진짜 토나오게 공부했습니다.

모의성적도 많이 좋아져서 나름 기대하고 수능을 봤는데, 이번에는 수능이 너무 쉽게 나온게 화근이었습니다. 문제는 쉬웠는데 언수외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몇개 해버렸습니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말은 좋지 당해본 사람은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 성적이 수직으로 팍 떨어져서 표점이 완전 개판이더라구요. 수시는 항상 그렇듯 다 떨어지고 ㅋㅋㅋ

재수때는 진짜 아무 생각도 없이 삼수를 했는데, 삼수쯤 되니까 진짜 후달리더군요. 그래도 뭔가 소속은 좀 있어야겠다 싶어서 정시에 성적을 맞춰서 대학을 일단 써놓고 반수를 할지를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고민끝에 이번 한번만 더 해보자(이거 전형적인 중독자 멘트인데 ㅋ)고 결심하고 반수를 하기로 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반수를 했는데, 다행히 1학년은 교양 위주고 해서 그럭저럭 할 만 했습니다. 일단 3수까지 기본적인 공부는 다 해놔서 사실 별로 할 것도 별로 없기도 했구요. 그렇게 쭉 1년을 더 공부를 해서 수능을 보려는데 이번에는 수시 원서철부터 후달리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무조건 서울대! 연대! 고대! 를 외쳤는데, 이게 마지막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좀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보통 당시 입시판 정석이 수시는 소신, 정시는 소신/안정 배합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너무 후달려서 수시부터 안정지원으로 깔아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게 진짜 패착)

그렇게 마지막 수능을 봤는데, 이번에도 역대 수능 난이도 탑3에 드는 11수능이었습니다. 진짜 보면서도 인간적으로 너무 어렵더라구요. 이야.. 문제를 내도 이렇게 어렵게 내니 ㅠㅠ 수능을 다 보고 나니 멘탈이 다 털려서 아무 생각도 없이 집에 왔는데...

채점을 해보니 성적이 엄청 잘 나온 겁니다(뭐 실제 원서를 넣지는 않았지만 배치표나 전년도 입결, 모의지원 등 종합해 보니 고려대 기준으로 모든 학과 프리패스더군요.). 보통 여기서 해필리 에버 애프터로 끝나야 되는데, 이 시점에서 안정지원으로 수능 전에 시험을 본 수시가 발목을 잡습니다. 제발 이게 떨어지게 해 주세요.. ㅠㅠ 라고 빌었지만, 그때까지 그렇게 떨어지기를 반복하던 수시가 그때는 척 하고 붙더군요. 이상할 것도 없죠. 대개 수시 일반우수자 전형이 수능 우선선발이 있어서 언수외 1등급을 받은 사람은 합격행 특급열차를 타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생각이 나는게, 제가 수시를 붙었다고 하자 어머니의 일성이 "너 이제 앞으로 어떡할래?" 였습니다.

그래도 뭐 영 이상한 대학도 아니고 해서 그냥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걸로 저의 파란만장한 수험생활은 그걸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는 뭐 블라인드 채용이다 뭐다 해서 점차 학벌의 비중이 줄어드는데 뭐에 씌여서 그런 미친짓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괜히 했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뭐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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