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3 01:03:13
Name   새의선물
Subject   둥글게 둥글게... 쟈니... 반전 혹은 군가...
미국와서 애를 키우는데, 애와 함께 이런 저런 동요를 같이 듣다보면 어디서 다 들어본 곡들이 흘러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어렸을때 들었던 그 많던 동요들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게되고, 한편으로는 배신감이... 흐흐.

애들이 부르는 동요중에 '둥글게 둥글게'라는 곡이 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로 진행이 되는 이 곡은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한참이던 1863년 Patrick Gilmore가 쓴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라는 곡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행진곡풍으로 만들어진 이 곡의 가사는 이제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군인에 대한 노래로 군가의 일종입니다.



아일랜드 계였던 Patrick Gilmore에 의하면 이 곡은 그의 여동생인 Anne이 약혼자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썼는데, 멜로디는 자신이 만든것이 아니라 어느날 카페에서 누군가가 흥얼거리는것을 듣고는 그것을 바탕으로 가사를 붙였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 사람이 부른 곡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것은 정확히 알려진건 없습니다. 다만 흥미로운건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에서 불렸던 민요인 "Johnny I hardly Knew Ye"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곡의 스토리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사귀던 여자가 임신을 하자 남자는 도망을 갑니다. 여자는 애를 낳아서 키우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어느날 시장에서 한쪽 눈, 한쪽 팔, 한쪽 다리, 그거 한쪽을 잃고는 구걸을 하고 있는 그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겨우 과거의 남자였던걸 알아차렸고요. 그는 실론섬의 전쟁, 남의 나라의 전쟁에 참여해서 부상을 당한 후에 돌아와서 구걸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원래 곡에서는 약간 유머스럽게 표현되어 있던것이, 나중에 가사에 자신의 아들은 전쟁에 보내지 않겠다는 가사가 덧붙여지면서 이 곡은 전쟁에 반대하는 강력한 상징을 지닌 곡으로 재탄생을 하게 됩니다. 어째든 이 곡의 가사가 종이에 발표된건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보다 몇 년 늦은 1867년 이었습니다.

대체로 "Johnny I hardly Knew Ye"가 실론섬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걸로 보아서 이 곡이 먼저일꺼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가사에 붙어있던 멜로디는 현재 알려진 멜로디와는 다른 멜로디로 불려졌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해서 어느 곡이 먼저 알려진 곡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료하게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같은 멜로디에 하나는 강력한 반전곡으로 의미를 지니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러나 행진곡 풍의 전장에서 불려지는 곡으로서 널리 알려진, 굉장히 이중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스탠리 큐브릭이 Dr. Strangelove에서 이 곡을 사용한건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84 역사시빌 워 - 미국 남북전쟁 (1) 16 눈시 16/04/24 7669 6
    641 정치'일대일로', 중국이 꿈꾸는 세계 5 마르코폴로 15/07/24 7669 0
    7361 사회슬라보예 지젝과 정치적 올바름 15 Eneloop 18/04/10 7668 16
    716 방송/연예나뮤를 탈퇴한 류세라가 첫 앨범을 냈는데.. 세상에.. 16 Leeka 15/08/03 7667 0
    4112 의료/건강일본 예능에 나온 살 빼는 이야기 9 빠른포기 16/11/08 7665 0
    6957 경제암호화폐시장의 현 상황, 리플의 실패(현재까진) 35 mmOmm 18/01/17 7664 0
    3338 댓글잠금 정치"백윤식을 용납해야하는가"에 대한 해명 40 팟저 16/07/24 7659 2
    4468 문화/예술잡담 31 팟저 16/12/29 7658 1
    1000 기타초급 문제 출시! 물량공세!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26 위솝 15/09/15 7656 0
    2440 의료/건강환자어 사전을 편찬?!? 65 damianhwang 16/03/21 7655 0
    10772 사회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67 다군 20/07/13 7652 6
    4021 정치[불판] JTBC 뉴스룸 & 썰전 128 Toby 16/10/27 7652 0
    32 기타가입했습니다. 2 노즈도르무 15/05/30 7652 0
    2761 일상/생각주인공이 마치 우리 부부인것 마냥 한편의 영화를 상기시키는 스케치 7 windsor 16/05/08 7650 5
    395 기타새벽의 마라톤. 6 아케르나르 15/06/21 7649 0
    1320 음악둥글게 둥글게... 쟈니... 반전 혹은 군가... 8 새의선물 15/10/23 7648 0
    1684 기타미국 입시에 대한 잡담 4 - Questbridge 4 새의선물 15/12/02 7646 1
    1689 정치영국 수능 한국어문제 12 기아트윈스 15/12/02 7641 0
    2644 역사고든 베넷! (Gordon Bennett) 5 기아트윈스 16/04/19 7641 4
    10410 역사[번역] 유발 노아 하라리: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 11 기아트윈스 20/03/21 7638 26
    1704 방송/연예2015년 오리콘선정 일본 여자 연예인 TOP 10 7 블랙이글 15/12/04 7637 0
    8929 영화[스포/후기] 살인마 잭의 집 - 라스 폰 트리에의 텅 빈 집 12 다람쥐 19/03/05 7635 6
    1129 역사두 형제 이야기 - 황형의 유산 9 눈시 15/09/30 7634 4
    6856 영화(스포) 김조광주 퀴어영화 후기 7 tannenbaum 17/12/30 7632 2
    165 기타CNN의 35년.youtube 3 삼성그룹 15/06/01 763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