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05/07 20:31:42수정됨
Name   [익명]
Subject   인간관계에서의 타인에 대한 신뢰
정신과 선생님께서 극도의 사회불안증, 우울증을 진단하시면서
본인에 대한 신뢰도 없고 타인에 대한 신뢰도 없다.
인간관계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한다는걸 인지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타인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울지언정, 본인 스스로에게까지 신뢰를 거두어선 안되는데, 저는 지금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없고 자신이 자신을 비즈니스 상대로 대하는 상태라고 하시더군요.

스스로 생각을 해보니, 어느정도는 옳은 말이라고 느껴졌고, 짧은 상담시간에도 그렇게 파악을 할 정도로 겉으로 태가 많이 나는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누군가와 정을 붙이거나 누군가에게 신뢰를 갖는데 있어서 시간이 훨씬 오래걸리는 편이고, 선이 두텁고 그걸 넘는걸 쉽게 허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소한 선의나 호의를 받는것도 경계하고 꺼리는 편입니다. 대가없는 선의나 호의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선의나 호의를 받으면 상대가 무언가 나에게 바라는게 있을거라던가, 아니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여야한다는 강박같은게 있습니다. 받기만 하면 빚지는 기분이 들어서 꺼림칙한 느낌이 듭니다.

가족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자식인 저에게 베푸시는 인정, 사랑 등이 성인인 지금도 굉장히 어색하고 거북합니다.
연애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애나 경애와 같은 감정은 이해하고 알고있지만,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감정으로서의 연애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 정신이 뚜렷하달까요. 그런데 제가 능력이 미천하여 상대방에게 줄 게 별로 없으니 받기도 굉장히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이해득실을 계산하긴 하는데, 진짜 이해득실만 따지는 타입이라서 받기만 하고 주지않고 나몰라라 해서 맘편히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알량한 도덕심이나 착한사람 컴플렉스라도 갖고있는건지, 상대방이 먼저 베푼 선의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빚을 진 것 같아 굉장히 불편합니다. 반대로, 내가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해준게 있다면 그만큼 상응하는 것을 받아야 하고요. 어느 쪽이던 심리적 부채가 쌓이게 되더군요.

이러한 대가를 치르거나 받는 상황들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애매한 경계에 있거나, 또는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재량껏 가능하지만 원칙엔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만든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 심리적상태 등 여러가지가 겹쳐 타인에 대한 경계심, 불신 등이 더 강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처음부터 그러한 불편감이 들지 않도록 타인에 대해 선을 좀 두텁게 긋는 편이고, 공사를 반드시 구분하며 원리원칙대로 타인을 대합니다. 처세술이 부족한 걸 스스로 알고있기에 나름 최선이 아니었나 싶네요.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하고 강직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정도 없고 융통성도 없으며 고지식한 거죠. 엄청 사소하더라도 내가 무언가 해주는 만큼의 대가를 아주 당연하게 요구하고, 도움받기를 싫어하는 건 내 편 만들기에는 최악의 성격이니 이것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최근 이런저런 상황까지 겹쳐 우울과 사회불안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제가 가지고있는 이러한 마인드나 관계에서의 접근방식이 아직까지는 옳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바꿔야할지도 모르겠고, 바꿀 필요성을 크게 못느끼는 편입니다. 이러한 저의 마인드가 인간관계에서의 고독함, 고립, 외로움을 가져오는건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손해보는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거든요.

그동안엔 다들 겉으론 내색을 안할 뿐이지,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이며 순수함에 기반한 관계형성은 없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타인들도 마음 속으로는 하고 있을거라고 여겨왔는데,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고, 사회생활 할 때 제 입장에선 당연한 언행이나 생각을 남들은 이상하게 여기는 걸 하나 둘 겪다보니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내가 좀 유별난건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고, 태도나 가치관을 바꿔야 하는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위에 주절주절 써놓은 저의 이런 모습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또는 본인에게 있어서 타인이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어떤 존재이고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시는지 등등,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시고 저에게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4 게임wow) 제가드디어 재활을시작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와저씨 9 한지민 16/03/02 5673 1
5963 경제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는 해지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한가요? 5 DogSound-_-* 18/11/26 5673 0
9427 기타참새가 다친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3 swear 20/05/18 5673 2
11603 기타파이썬 피보나치 수열 관련.. 7 윤지호 21/05/24 5673 0
4660 의료/건강탈모 관련 질문입니다. 3 탐닉 18/05/20 5672 0
9350 철학/종교인간관계에서의 타인에 대한 신뢰 10 [익명] 20/05/07 5672 0
12138 기타이런 인테리어 스타일을 무슨 스타일이라 칭해야할까요 5 lonely INTJ 21/08/27 5672 0
287 의료/건강이거 심각한 병일까요..? 7 세이밥누님 15/09/13 5671 0
8262 여행전주여행 숙소(가성비) 및 맛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4 야근하는밤비 19/11/14 5671 0
12079 IT/컴퓨터의자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14 소노다 우미 21/08/18 5671 0
12729 기타아버지가 땅을 팔려고 하시는데 상대방이 인감?을 요구합니다 9 魔法使いの夜 21/12/22 5671 0
13456 연애사귀자고 해도 괜찮을까요? 32 [익명] 22/06/06 5671 0
631 의료/건강의료 언론 질문입니다 27 moira 15/12/19 5670 0
961 교육아프리카 TV에서 BJ로 유명한 디바제시카가 영어 강의를 하는군요. 4 로롱티아 16/04/01 5670 0
3958 경제오피스텔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세요! 8 식약처장 18/01/08 5670 1
9204 의료/건강치실과 비교해서 워터픽은 어떤가요? 14 조드 20/04/17 5670 0
10424 기타와플메이커 쓰시는분들 추천부탁드려요! 1 쉬군 20/11/10 5670 0
4499 IT/컴퓨터미국 여행용 미국 유심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6 Dr.Pepper 18/04/20 5669 0
11772 기타부산에서 오뎅을 산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25 케이크 21/06/24 5669 0
1251 의료/건강심리상담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19 행복한사람 16/07/01 5668 0
7159 문화/예술홍차넷 아재아짐분들 MT때 재밌는 게임 추천해주세요 17 집정관 19/05/20 5668 2
8241 체육/스포츠마프대란에 혹해서 넘어간 사람 7 우디르 19/11/11 5668 0
9329 기타지하철 1호선 관련한 의문점 6 윤지호 20/05/04 5668 0
9657 의료/건강납땜할 때 쓴 마스크 두번 쓰면 안 좋나요? 11 Cascade 20/06/24 5668 0
10052 IT/컴퓨터크롬/엣지에서 글을 쓸 때 자꾸 글씨가 지워집니다 7 Blackmore 20/09/02 566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