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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3/01 22:34:18
Name   카르스
Subject   나는 “건강한” 의대 증원을 바라는 의사입니다
(전략)

의사들은 비장하게 반대 투쟁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 의사들보다도 전공의·의대생들이 사직서를 내고 동맹휴학을 하며 전면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의대생:그 지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2020년에는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협 집행부에 나름의 리더십이 있었다. 지금은 사실상 강성 회원들, 각종 의사 커뮤니티의 극단적인 의견이 전공의·의대생들을 추동하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 중에 ‘국평오’라는 말이 있다. 의사들만의 용어는 아니고 서울 명문대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쓴다. ‘국민 평균 수능 5등급’의 준말이다. 우리는 일반인들보다 성적이 우수하다는 우월의식이 묻어 있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의사 커뮤니티에서 젊은 의사들은 ‘서평삼’이라는 말을 쓴다. 서울대 평균 3등급. ‘우리는 서울대보다도 공부를 더 잘해서 의대에 온 집단인데 감히 의사에게 도전을 해?’ 이런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에 이런 기사 떴으니 가서 댓글 달라고 좌표를 찍으면서도 ‘어차피 설명해도 못 알아들으니 키보드 배틀은 뜨지 말라’고 한다.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다. 너네 파업해서 장학금 600만원 잃어버리는 게 아깝냐. 2000명 증원 허용해서 앞으로 월 300만원 받으며 노예 생활 하고 싶냐’라는 글도 최근에 봤다. 그 뒤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초빙. 조건 세전 1억원’ 같은 의사 구인 광고를 붙여놓는다.

연봉 1억원이 박봉이라는 뜻인가?

의대생:그렇다. 적다는 뜻으로 올린 게시물이다. 그런데 소청과 전문의를 1억원에 구하는 곳이 요즘에 실제로 존재할까 싶다.

임승관:풀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처럼 조건이 붙어 있는 특수한 사례일 것 같다. 일반적인 시장 가격은 그보다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높다.

의대생:한편으로 에브리타임(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데에는 의사들을 조롱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저 오만한 의사들 2000명 증원 빔 맞았네’ ‘의사들을 혼쭐내주는 대석열’ ‘미스터 알빠노한테 당했다’ 이런 말들이 오간다.

미스터 알빠노?

의대생:‘내가 알 바야?’라는 말에서 나온 온라인 용어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침없이 의사들을 다루니까 속이 시원하다는 뜻이다. 그걸 또 캡처해와서 ‘국평오’들이 이렇게 떠드는 걸 보니까 화를 참을 수가 없다는 글이 의대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얼마 전 궐기대회에서 한 전공의가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발언을 하더라. 의대 증원으로 갈등이 격해지면서 의사들의 멘탈리티에 새겨진 능력주의 담론이나 선민의식이 공개적으로 삐져나오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 같다.

임승관:지금 이 상황이 정말로 위험하게 느껴진다. 주변에서는 싸움 구경 하듯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결적 구도가 격해지고 있다. 만약 전공의들이 병원의 필수 기능을 담보로 해서 이걸 막아낸다고 해도, 반대로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고 사법처리로 전공의들을 굴복시킨다고 해도, 저는 굉장히 절망스러울 것 같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지금 상황에서는 젊은 의료인들이 사회와 고립된 채 배타적인 집단이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그런 결과물이 앞으로 한국의 보건의료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냥 고립시키고 따돌린 채 끝난다면 그들만의 상처겠지만 그 존재들이 고령화 시대에, 한국 의료 위기의 시대에 맡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지 않나.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이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되었다. 의사 양성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의료인력 수급 정책은 10~15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현상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면 사실 최소 15년이 늦은 것이다. 그동안 의료인력 정책을 방기했던 관료들, 개혁적 담론과 추진을 방해해온 의협과 기성 의사들, 사회적 의제 형성에 게을렀던 언론, 이런 주체들은 뒤로 빠지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전공의·의대생들에게 화살이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나? 정부에서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의사 집단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소리인가?

전공의:환자를 남겨두고 벌이는 대규모 휴진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저 같은 입장에서 보더라도 전공의들이 표출하는 울분에 이해가 가는 지점이 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인데, 이번에 사직서를 내면서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공감이 갔다. 의사 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공의들이 과중한 노동환경에 처해지고 감정적· 육체적으로 극한에 몰리면서 일종의 자기연민을 키우게 된다. 눌려 있던 감정이 증원 이슈처럼 큰 외부 자극을 계기로 폭발하는 것이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의국 선배가 있었다. 환자들에게도 극진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이었는데 2020년 파업 때 ‘분하다’는 표현을 쓰더라. 의사들이 너무너무 힘들지만 고생을 감내하는데 (정부와 사회에) 배반당했다는 것이다.

김동은: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치고 4년 뒤에 올 보상을 생각하면서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딘다. 의대 증원으로 그 보상이 불확실해진다고 여기니 분노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보상이 불확실해진다는 것도 불확실하다. 2000명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 수입이 얼마나 줄까. 상승세는 억제되더라도 지금 수준에서 크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의대생이나 레지던트 시절에는 선배들로부터 워낙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은 건보 수가가 정말 낮고, 진상 환자 때문에 힘이 들고, 사회는 의사를 인정하지 않고 욕만 한다. 과거 의사들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일말의 진실과 과장이 섞여 있는 이런 얘기가 불안을 부추긴다.

의대 쏠림이 문제일 정도로 의사는 선망받는 직종이다. 의사 소득과 노동자 평균임금 사이의 격차도 매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예전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안하다니… 의사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김동은:다른 직종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소득을 올린다고 젊은 의사 선생님들이 느낄까? 별 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전공의 시절이라 그렇기도 하고.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포함해, 부모의 조력, 개인의 노력, 시간 등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지 않나. 기대하는 보상의 수준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의대에 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인기 과에 가기 위해 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의대 내부에 경쟁 압력이 지금도 심한데 이대로 2000명이 늘어나면 학생들은 더욱 극심한 압박에 내몰리게 된다. 지금은 과별로 전공의 정원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조차 없이 의대 신입생 증원 숫자만 발표된 상황 아닌가. 의대생들의 반발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임승관:왜 똑똑한 젊은이들이 현실을 오독하고 기성 의사들의 선동에 쉽게 휩쓸릴까? 의사, 의대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면 현상의 근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가? 불안이다.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어도 더 나은 무언가를 거머쥐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의대생·전공의들이 입시 경쟁에서 최상단의 열매를 땄다는 건 ‘불안 담론’을 깊이 내면화하고 승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불안에 취약한데 더욱 증폭돼 나타나는 거라고 본다.

젊은 의사들의 울분과 불안을 이해하더라도, 그것이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점점 위협받는 상황에서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보다 우선될 수는 없지 않나?

김동은:동의한다. 원칙적으로 의사 수는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면허제도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권한을 의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한다. 대신 의사 인력의 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역시 정부로 대변되는 공동체의 몫이다. 그것이 ‘의사 면허’를 둘러싼 사회계약이다. 의사들의 허락을 받고 의협이 동의해야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일각의 인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사 집단을 설득하고, 협의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도 의대 정원을 확대할 때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갈등을 완화할 수 있었던 방법이 지역정원제였다. 전체 의대 정원을 통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의료 수요에 따라 지역 내 의사 정원을 조정하고 지역에서 그만큼 의사를 더 배출하기 때문에 기존 의사들을 설득하고 반발을 줄일 수 있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에 의사 인력을 꾸준히 추계하고 의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의사수급분과회도 두고 있다.

(하략)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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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고, 극단적인 의사들의 언행이 화제가 되기에 관련 부분만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강경한 의사들의 언행도 이해가 되네요.

빼놓을 부분이 없는 명문.
한국 의료시스템과 이 사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정한 논의라고 생각해 가져왔습니다.

정부는 최소한 이 정도의 입장을 가진 의사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파업이 계속되서 사망자가 몇 명 나면 의사들이 계속 욕먹겠지만,
사망자가 몇십명 몇백명 단위가 되면 정부에도 화살이 돌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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