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3/03/31 11:53:20
Name   구밀복검
Subject   '통절한 사죄' 이끌었던 일본 전후 역사학의 쇠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331/118608567/1
1980년대 (한국) 운동권 학생들은 소위 '의식화 교육'에서 사회과학과 역사서를 많이 읽었다... 사실 당시 운동권에서 탐독하던 책들은 거의 다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다. 영어나 다른 유럽 언어로 쓰인 책들도 일본어를 중역한 것들이 많았다. 그 운동권 학생들이 지금은 이 사회의 지배자가 되어 '노 저팬'도 하고, 한일 협력 방침에 대해 요란한 현수막도 내걸지만, 그때 '문제 서적'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 20세기 초부터 일본의 역사학은 일본이라는 국민국가의 건설, 나아가 제국주의적 팽창을 근저에서 지탱해왔다. 이에 대한 반발은 역사학 바깥, 특히 사회과학자들에게서 나왔다. 훗날 [강좌파講座派]라고 불리게 될 이들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마르크시즘의 역사발전 단계론을 받아들인 후, 메이지유신을 어떻게 위치 지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했다(반면 메이지유신을 불완전하나마 부르주아 혁명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한 그룹이 [노농파勞農派]다). 이 (강좌파) 연구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일본 공산당원이었으며, 공산당은 소련 코민테른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으니 '혁명적 실천', '변혁과업'이라는 명분으로 학문이 정치에 종속되는 경향이 다분히 있었다. [*반면 노농파는 일본 사회당으로 이어집니다.]

황국사관 수립에 종사한 역사학자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사료 편찬 사업에 매달리며 정치와 거리를 두고 때를 기다렸다. 전후역사학을 이끈 근대사가 도야마가 대표적이다... 그는 황국사관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지만, 거기서 방대한 양의 사료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13년 후인 1951년, 37세의 나이에, 이제는 고전이 된 [메이지유신]을 간행했다. 38세의 마루야마 마사오가 [일본정치사상사연구]를 펴내기 1년 전이었다. 이후 일본 지성계는 이 두 책을 등대 삼아 진보 마르크시즘과 근대주의(리버럴)가 서로 경쟁하며 판도를 양분해왔다. 역사학계는 하루아침에 분리수거된 황국사관을 대신하여 '강좌파'를 계승하는 사적 유물론자들이 주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군국주의에 대해 강렬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 연원을 메이지유신의 절대주의 체제 성립에서 찾았다. 제국 일본에 반감을 갖고 있었으니 피식민지민들에 대해서는 동정적이었다. 소위 '양심적 일본지식인'들이다. 역대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해 감히 헛소리를 못 하고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표하게 된 데에는 한국 외교관들과 함께 이들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지금 그 거대했던 전후역사학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일본 유학 시절 대부분의 일본 학생들은 촌락사 같은 사회경제사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었다... 그때가 1996년,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후였는데도 이런 상태였으니 그 전 상황은 짐작할 만하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과감히 독립하지 못하고, 방법론의 혁신을 거부하며 수십 년간 안주하는 사이에 전후역사학은 서서히 그 활력을 상실해갔다. 일반 사회는 물론이고 인근 학문 분야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었거늘 전후역사학은 요지부동, 변화를 거부했다.


----------

딱 소개로 좋은 글이고 세부 사항이 헛헛한데 같이 소개 할 만한 기사가 없군요..
구글에 강좌파로 검색하면 기사 나오는 게 없음; 이러니 한일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게 당연한지도.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4281
요게 그나마 이것저것 다룹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35 경제제 앞가림 못한 더블스타, 경영실적'엉망' 알겠슘돠 18/03/20 2371 0
6945 정치전두환 장기집권 시나리오…UCLA도서관에 원본 있다(종합) 4 elanor 17/12/15 2371 1
2850 경제여름 앞두고 바닐라 가격 급등..아이스크림 값 오르나 9 알겠슘돠 17/04/25 2371 0
10274 사회리벤지포르노/몰카 관련 사이버수사대 베테랑 포진 이울 18/05/22 2371 1
549 기타중앙일보의 복수극 2 Credit 16/11/03 2371 0
19239 사회권아솔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인가?" 20 Schweigen 20/03/13 2371 3
553 기타'520억 비자금 수배' 이영복, 최순실과 계모임 2 Credit 16/11/03 2371 0
299 기타간부자리부터 늘려 中어선 막겠다는 안전처 1 NF140416 16/10/11 2371 0
30000 정치서해 피격 사건 초동수사 자료엔 “사라진 구명조끼 없다” 4 syzygii 22/06/21 2371 0
35386 방송/연예“팬 사인회서 속옷 검사 불쾌해”…하이브, 하루 만에 7% 급락 13 Beer Inside 23/07/10 2371 0
30779 사회중대본 “서울 집중호우로 1명 사망…가로수 정리 중 감전 추정” 3 swear 22/08/08 2371 0
8514 기타중국이 메콩강 상류 수문 닫자 태국 배들이 멈춰 섰다 알겠슘돠 18/03/09 2371 0
836 기타기본소득. 월 135만원 받으실래요? 20 Credit 16/11/21 2371 0
14660 사회“죽었으면 버려” 여고생 집단 성폭행 후 의문의 문자… 끝내 숨져 10 swear 19/02/20 2371 0
11077 경제'백수탈출' 길어진다..반년이상 실업 13만명 '카드사태' 수준 알겠슘돠 18/06/29 2371 0
32072 사회주최측이 없는 행사라도 경찰에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 9 매뉴물있뉴 22/11/02 2371 0
21328 경제러시아 '코로나 백신' 발표에 여행·항공·관광주 급등(종합) 4 다군 20/08/12 2371 0
21857 사회'중개사없는 거래'에 놀란 중개사들…정부는 '어디서 한대요?' 13 존보글 20/09/23 2371 1
34660 정치대통령실 출입기자들 "남은 4년이 더 막막하다" 32 R세제곱인생 23/05/16 2371 0
27750 사회46년간 돌본 장애 자녀 살해한 엄마, 징역 4년 6 22/01/23 2371 0
31594 정치‘음성인식 전문가’ 성원용 교수 “尹대통령 ‘막말 파문’,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변조’” 7 매뉴물있뉴 22/10/01 2371 2
21357 사회수도권 교회감염 확산일로…용인 우리제일교회 60명 늘어 총72명 10 다군 20/08/14 2371 0
12656 국제中 '해상민병', 인해전술로 주변국 위협…중국 해군의 '제3원소' 2 April_fool 18/09/11 2371 0
36976 문화/예술아이돌 과도한 체중 감량 막는다?…서울시 관련 조례 통과 20 OneV 24/01/12 2371 0
15220 국제아프리카, 유럽의 ‘우유 식민지’ 전락… 낙농업 궤멸, 경제난민 증가 2 오호라 19/04/22 2371 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