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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28 17:03:15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민족이 근대에 탄생했다는 주장은 틀렸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59690.html 제가 대학원 들어갈 즈음만 해도 "민족(과 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 모르면 외워 멍청아" 정도가 정답이었는데 대학원 졸업할 즈음이 되니 그거 아니라는 반격이 꽤 세력을 얻었어요. 재미있는 건 이 반격의 서막이 대체로 동양사에서 유래했다는 것. 그거 무슨 독일 민족주의의 역사 같은 거만 들여다보니까 근대기원설이 그럴싸해 보이는 거지 유럽외 지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근대가 있기 한참 전에도 강한 민족정체성(혹은 최소한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자꾸 발견되거든요. 임진왜란 같은 걸 7년 겪고 나면 왜놈과 조선놈이 뿌리부터 달라먹었다는 집단 자각이 생기겠어요 안생기겠어요. 하지만 그런 자각이 있다고 16세기 조선이 근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ㅎㅎ 아무튼 복잡한 문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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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보단 내셔널리즘이 선호되는 용법 아닌가 싶은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차이처럼 민족주의와 내셔널리즘도 이미 의도와 입장을 결정한 이후에 선택되는 어휘들이죠. 굳이 번역한다면 nationalism은 국민국가주의로, nation은 국민으로, ethnic group을 민족으로 번역하는 게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문맥에 따라 변용을 해야겠지만. 이런 낱말 따지기부터 제시하는 이유는 nationalism을 be france be europe 이라고 사려해서 읽으면 많은 게 말끔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내셔널리즘은 프랑스... 더 보기
민족주의보단 내셔널리즘이 선호되는 용법 아닌가 싶은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차이처럼 민족주의와 내셔널리즘도 이미 의도와 입장을 결정한 이후에 선택되는 어휘들이죠. 굳이 번역한다면 nationalism은 국민국가주의로, nation은 국민으로, ethnic group을 민족으로 번역하는 게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문맥에 따라 변용을 해야겠지만. 이런 낱말 따지기부터 제시하는 이유는 nationalism을 be france be europe 이라고 사려해서 읽으면 많은 게 말끔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내셔널리즘은 프랑스로부터 시작된 국제 경쟁 체제의 하위 요소라는 거죠. 당연히 프랑스와 겨룰 만한 단위체를 만들려면 역사적 기반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니 ethnic group을 밑천으로 삼는 건 많은 경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요. 그러면서 밑천으로서의 민족이라는 범주를 국민과 국가로 일치시키는 운동이 일어나는 거고.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화권의 내셔널리즘은 아편전쟁과 흑선과 운요호로 중일한이 각각 개항을 겪으며 조공 책봉 체제가 해체되고 프랑스식 유럽식 서구식 국제 외교 체제에 편입되어 국제적 경쟁에서 생존책을 찾기 시작한 19세기 중엽이라 보고요. 말하자면 '비국민' 같은 사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본격적인 내셔널리즘이 존재하는지를 판별하는 기준점이라 생각하네요. 당연히 인류 역사에서 내집단 속의 온건파나 회의론자를 배신자라 낙인 찍는 양태는 만연했지만 그게 근대적인 국민국가 사이의 경쟁과 무역전과 총력전과 세계대전이라는 맥락 속에서 모든 nation과 ethnic group 전체에서 예외적인 이탈은 용인되지 않으며 이를 물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식으로 관철된 건 근대 이전엔 찾아볼 수 없죠. 설혹 유사한 현상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 맥락들은 마치 우리와 혈통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지금은 멸종하여 우리와 영향관계를 따질 것이 없는 사람아족의 유사인류와 같은 것이죠. 동양 오리온스 이전에도 한빛과 IS가 있었다 한들 그게 03년 이후의 기업형 스폰서쉽 기반의 프로리그 시스템과는 완전히 상이한 것이듯..
결국 이 쟁점의 핵심은 be the nation을 개인과 마이너에게 강요하지 말란 거잖아요. 말이야 무성하지만 그게 근본이고. 그 강요할 수 있는 힘이 언제부터 있었느냐, 그 강요할 수 있는 힘을 왜 추구하게 되었느냐 이걸 따져 보면 be france 이후부터의 인위적인 흐름을 논하는 게 맞죠.
결국 이 쟁점의 핵심은 be the nation을 개인과 마이너에게 강요하지 말란 거잖아요. 말이야 무성하지만 그게 근본이고. 그 강요할 수 있는 힘이 언제부터 있었느냐, 그 강요할 수 있는 힘을 왜 추구하게 되었느냐 이걸 따져 보면 be france 이후부터의 인위적인 흐름을 논하는 게 맞죠.
제가 아는 한 서양사 전공 선생님께서도 항상 민족주의는 단순한 근대의 산물이 아니라 주장하시면서 동시에 민족주의 연구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꺼라고 믿고 계셨어요. 그래서 연구자 생활 말년을 민족주의 연구에 올인하시겠고 공언하시며 관련 서적을 번역 및 또 거의 그 내용만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셔서 나름 학부생들 및 대학원생들 사이에선 악명이 높으셨는데, 하지만 자꾸 다른 국내 정치 사회학 및 근현대사 전공자 분들과의 교류에선 본인의 기대만큼의 호응을 못받으셔서 여러모로 아쉬워하셨다는 여러 후일담을 들은게 겨우 3~4년전 일이긴 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민족주의 개념을 지지하는 책이 꾸준히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걸 보고 계시다면 역시 본인의 생각은 틀리지 않닸다면서 기뻐하고 계실 것 같은 모습이 떠오르는것 같네요 ㅎㅎ
제 친구 하나도 민족주의 근대기원론은 유럽의 특수경험을 일반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동양사 박사학위논문을 썼는데... 자기 지도교수 설득하느라 죽을뻔 ㅋㅋㅋ 진짜 죽을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아무리 다시 써서 가져와도 '절레절레... 민족은 근대개념이야' 그래서 속터져 죽을뻔.
으아 진짜 너무 쉽게 상상이 되는 풍경이네요. 사실 제가 댓글에 쓴 "호응을 못받아서 여러모로 아쉬워하셨다"는 표현도 제가 최대한 순화해서 쓴거고, 사실 여기서 말로 다하지 못할만한 이야기가 오가고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라구요. 자존심이 좀 강하신 분이라서 특히 더 분노하시는 바람에 그 분노의 화살이 애꿎은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에게 날아가 수업시간에 더 민족주의만 공부하게 되었다는 결과만 낳았다고 전해집니다 ㅠㅠ
한반도 같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왕조가 매우 오래 지배한데다가 국토 장악력 행정력이 높았던 곳에서 '우리' 개념이 없었다면 그게 더 비정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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