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개헌으로 어떻게 사리사욕을 채운다는 것이죠...? 탄핵 정국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개헌을 방패로 삼아 박근혜 정권을 보존한다는) 지금은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요?

결국에는 개헌에 최대로 부정적이라는 입장도 개헌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 이후에 개헌을 하겠다고 말하는 상황이지요. 지금 시점에서는 개헌이라는 말을 꺼낸다는 자체만으로 비난을 받는 건 과도한 게 아닐까요?

어차피 지금부터 준비를 하면 아무리 빨라도 대선과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할 수 밖에 없고 정상적으로 본다면 대선 이후가 되겠지요.

개헌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고 지금 개헌을 말하면 기회주의자다"라는 틀에 갇혀서 불필요하게 너무 편가르기만 되는 것 같아요.

문재인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말한 걸 종합하면 아마 4년 중임제를 말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 취임 후에 자기 임기를 줄여가면서까지 개헌을 할 지 약간 신뢰가 안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본인이 중임을 하게 되면 헌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중임제 개헌에만 상당 기간 공을 들여야 할텐데 인수위원회도 없이 집권하여 사실상 개헌만 하고 내려오는 대통령이 될 위험이 있는데 그럴 수 있겠냐는 거죠. DJ처럼 노력은 했지만 일을 하려다 보니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요.

나머지는 개헌이라는 말 자체를 거의 나는 문재인 편이다 아니다 수준으로 피상적으로 쓰고 있으니 검증이 안됩니다만 소위 중진 의원들이 말하는 내각제 개헌은 반대합니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은 찬성하고요. 그런데 현재로서는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이 민주당은 아니라서요. 어차피 탄핵 정국에서도 민주당 역시 대부분 자기 정당과 후보를 위한 정치적 계산 하에 움직였고 현실적으로 대충 제 소신과 비슷하게 갈 정당을 고를 뿐입니다.

정치인이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과정이 지지자들의 정치적 신념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야 그 정치인을 믿을 수 있는 것이죠.

지지자들이 정치인의 인격을 믿기 위해서 정치적 신념을 합리화 수단으로 동원하는 정부는 쫄딱 망한다는 걸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개헌 자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그건 그렇고 내각제를 통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이죠. 일단 이게 가능하려면 당 간판 떼고 나가도 무조건 당선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1.5당 형태의 일본식 내각이어야 하고요.

지금 이 가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박지원과 김무성이 합쳐서 내각제를 주장해야 한다는 건데...

사람들이 분노하는 정도에 비해서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그 어떤 조건으로 봐도 너무 적지요. 박지원이랑 김무성이 손 잡을 가능성, 둘이 합친 당이 압도적으로 총선에 승리할 가능성, 차기 대통령이 이를 동참할 가능성, 국민 투표에서 내각제가 통과될 가능성...

조건이기 때문에 곱하기를 해야 하는데 개헌 말 꺼내는 걸 덮어놓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가능성들을 더하기로 이해하는 것 같더군요.

이런 현상에 일어나는 이유를 문재인이 지난번 정국에서 "지금 탄핵을 말하는 자는 모두 기회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지지자들이 이걸 따라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헌을 말하는 걸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내각제 반대론이나 분권형 제도 반대론으로 가면 좀 정합적이고 토론이 가능하지요. 그게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