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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히어런트 바이스
영화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폴 토마스 앤더슨 / 호아킨 피닉스, 조쉬 브롤린, 오웬 윌슨 2014 드라마, 미스터리, 코미디
평균 ★ 4.5 (1명)
본 사람 1
관심 0

항상 약에 취해있고 추상적인 자기애를 가지고 있는 무기력한 사설 탐정 닥(호아킨 피닉스). 어느 날 그의 전 여자친구 샤스타(캐서린 워터스턴)가 갑작스레 사라진다. 실종되기 얼마 전 닥을 찾아왔던 샤스타는 그에게 뜬금없는 스토리를 이야기 해주며 도움을 청한다. 그녀와 현재 교제 중인 부동산 거물인 미키 울프맨의 부인과 그녀의 내연남이 울프맨을 납치하여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것이다. 샤스타의 말처럼 며칠 후 미키 울프맨은 사라지고, 그 직후 샤스타도 사라진 것. 일은 꼬이고, 이제 닥은 전 여자친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결하려 하는데...

리뷰 1

mime ★ 4.5
2026.03.26

pta 최고의 영화로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꼽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이상하다는 말들을 많아 참 아쉽게 생각하면서도 그동안 게을러서 그냥 가만히 있었지만 홍챠피디아 생긴 김에 짧게나마 몇자 남깁니다.

이 영화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보통 이 작품을 감상하며 방점을 스토리에 두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과 장르물스러운 외관을 차용해서 그리 볼 여지가 많긴 하지만...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 내러티브는 중심되는 심상을 지탱하는 수준으로 끝이고, 실제 영화에서도 어느 순간 흑막 찾기나 음모의 실체 파악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죠. 추리물은 어느 장르 이상으로 그 장르적인 규칙과 특유의 매너리즘으로 꽉 짜여 있지만, 그 모든 걸 핀천은 그저 끌어다쓸 뿐이고 장르적 규칙 따위는 형해화될 뿐이예요.

그럼 상영시간동안 관객은 그저 핀천과 PTA를 홀린 그 시절 미국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잠기란 소리냐, 그건 그 시절에 향수병을 가진 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리커리쉬 피자면 몰라도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그런 말을 들을 작품은 아니죠.

허면 이 영화를 즐기는 키가 어디에 있냐... 그건 영화에서 탐정 보조로 나오는 솔티레쥬란 캐릭터에 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핀천의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야. 도입부부터 관객을 보며, 그러니까 카메라를 보며 그럴듯한 독백을 읊는데, 이 독백은 원작인 3인칭 소설 속 서술이거든요.

피상적으로 보자면 이 캐릭터는 pta가 핀천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소설적인 문어투 서술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이기 위해 준비한 화자이며,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면, 그건 소설 뿐만 아니라 각색된 이 영화의 매체적 자의식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찍고 있는 카메라의 자의식이란 말이죠.

좀 문청스러운 표현을 가져오면 내러톨로지스런 장치로서 보면 될 거고, 영화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쓴다면 버드맨을 떠올리면 될 겁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영화들이야 많고도 많지만 관객들이 버드맨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흥이라면, 그 모든 걸 원테이크로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에 있고, 그 억지스런 원테이크를 집요하게 유지하는 매체적인 자의식에 있거든요.

그리고 이냐리투가 다소 투박하면서도 직설적으로 관객 앞에 꺼내보인 것을, 폴 토마스 앤더슨은 아주 은근하고 세련되게 다룹니다. 아예 원작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서요.

왜 더 세련되냐면... 이 영화를 면밀히 보면 영화의 매체적 자의식인 솔티레쥬가 왜 이런 식으로 제시되는지 내러티브 차원에서 해명되거든요.

버드맨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그래서 1인칭 시점의 카메라가 왜 동원된 건지 알아낼 수 없는데 말이죠. 뭐, 리건의 자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니면 리건(이고)-버드맨(이드)-카메라(슈퍼이고)로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건 어느 정도 관객의 해석이 외삽되어야하거든요.

그런데 pta는 그 증거들을 영화 속에서, 내러티브와 미쟝센 차원에서 짧지만 분명하게 남겨서 자기 의도를 밝힙니다. 대표적으로 솔티레쥬란 존재 자체고 두번째는 그녀가 닥과 샤스타의 눈에만 보인다는 사실이죠.

60년대의 망령은, 60년대에 붙박힌 인간들에게만 보입니다. pta가 괜히 도입부에 떡하니 1970년을 밖아놓은 게 아녜요.

이건 미국의 60년대를 그리워하는 70년대의 입구에 선 사람들에 대해 써내려간 2000년대의 소설을 2010년대에 각색한 작품이거든요.

솔티레쥬는 60년대를 영영 떠나보낼 수 없는 탐정과 그 여친이 빚어낸 60년대의 딸이며, 그녀는 70년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인히어런트 바이스로 빚어냅니다.

영화의 마지막이 그래서 닥과 샤스타 둘만의 추억으로 끝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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