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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05 20:47:43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러시아판 대륙봉쇄령의 결말
뉴스위크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려서 올려봅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하자 유럽연합과 미국은 그 보복으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했습니다. 그에 맞서 러시아는 유럽 식품 수입을 금지했지요. 그 결과 노르웨이의 연어잡이 어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노르웨이 수산업의 최대 단일 수출시장이 러시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재빠르게 금수 장벽의 구멍을 찾아냅니다. 그들은 며칠만에 수산물, 특히 연어를 내륙국가 벨라루스로 수출합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거기서 노르웨이 연어가 러시아 어시장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지난해 8~9월 노르웨이 수산물의 벨라루스 수출 규모는 300만 달러에서 900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8월부터 러시아 정부는 노르웨이 연어를 포함해 유럽산 별미 식품이 러시아 가게로 유입되던 그 구멍을 틀어막았습니다. 노르웨이 수산조합의 트론드 다비드센 부대표는 "러시아가 우리 수산물에 금수조치를 취한 지 1년 동안 우리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며"노르웨이 수산물을 좋아하는 러시아인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는 지난 1~7월 연어 2400만 달러어치를 벨라루스에 수출했습니다.(지난해 같은 기간엔 1700만 달러) 벨라루스를 통하는 수출은 합법적이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부터 금수 대상국에서 들어온 모든 식품을 폐기처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경에서 압수한 물량만이 아니라 벨라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에 따라 러시아 당국이 치즈를 포함한 식품 수천 톤을 불도저로 민 뒤 소각 또는 매립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런 폐기처분은 널리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숱한 패러디를 낳았습니다. 러시아 관세청의 로고를 기독교 성인 성 게오르기우스가 소시지를 찔러 죽이는 그림(원래는 성 게오르기우스가 용을 찔러 죽이는 전설을 바탕으로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이 유명하다)으로 바꿔야 한다는 트윗이 수백번 리트윗됐습니다.
유럽산 식품 금수조치로 과일,채소,낙농제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러시아 서민의 생활이 더 궁핍해졌습니다. 게다가 서방의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지난 2분기에 4.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인 수만 명은 외국산 식품을 국경에서 폐기처분하지 말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청원서에 서명했습니다. "참전군인,은퇴자,장애인.다자녀 세대,이재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품을 왜 파괴하느냐?"고 그들은 외쳤습니다.
지난 8월 모스크바의 부자동네 가게에 갔을 때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듯 했습니다. 진열된 연어는 전부 러시아산이었습니다. 종업원은 몇 달 동안 벨라루스에서 들어온 연어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산 수산물 수입업체 다수는 파산했습니다.
국내산을 좋아하지 않는 러시아의 연어 애호가들은 우선 칠레에서 대량 수입되는 연어로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칠레산 연어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알려졌고 전량 냉동 상태로 수입됩니다. 러시아 정부가 금수조치를 해제한다고 해도 노르웨이산 연어를 찾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다비드센 부대표는 ["러시아가 다시 연어를 수입하고 싶어 해도 안타까운 얘기지만 남은 물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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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커피가더좋아
    굉장히 재미있는 내용이군요. 그런데 또한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생각해보니 마냥 재밌을수도 없구요. 잘 읽었습니다.
    마르코폴로
    이런 다툼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보통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죠. 기사를 보고 그 생각까진 미처 못하고 \'멍청한 푸틴\'이라며 낄낄거리기만 했는데 댓글을 보고 급 반성하게되네요. 좋은 댓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아니시모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위키에서 보니깐 러시아 경제는 제제 초기에 유가하락과 겹치면서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했는데
    이후에는 유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슬금슬금 다시 힘을 발휘하면서 러시아의 저력을 새삼 다시 확인시켰다고 써져있던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르코폴로
    유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나요? 저는 국제유가가 조금 상승세를 보이다가 국제적인 경기침체로 다시 하락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에너지 산업에 치우친 경제구조와 불투명한 국내정치, 사회전반의 부패같은 걸 보면 러시아의 미래가 결코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애초에 미국과 겨뤄볼만한 사이즈의 국가가 아니기도 했고요. 셰일가스 개발 이후 국제유가시장에서 러시아가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상태인데다 미국과 EU의 경제제재를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풀어보려 했는데 중국의 경기침체로 오히려 올해 대중국 교역량은 작년에 비해서 감소했더군요. 이래저래 올해는 러시아라는 국가의 한계가 드러난 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시모
    오 그렇군요
    잘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눈부심
    유가하락했을 때 거의 러시아 망하는 분위기였는데.. 사실 러시아몰락을 예견하며 설레발치던 기사를 읽어도 그러려니 했어요. 2008년 미국분위기가 이제 미국 망한다였거든요. 망하기는 커녕 더 건재해진..
    [노르웨이산 수산물 수입업체 다수는 파산했습니다.]
    [수입하고 싶어 해도 .. 물량이 없다.]
    이 두 말이 갖는 함의가 실은 클텐데 건조하게 씌여져 있으니까 더 인상적이에요. 기사내용이 뭔가 역동적이면서 내러티브가 살아 있고 드라마 같아요.
    마르코폴로
    드라마는 현실의 열화판이죠. 흐흐흐 더 다이나믹한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눈부심
    열화판. [열화란 품질이나 상태가 더 나빠진다는 말]. 오.. 이런 말도 있군요. 오늘 또 하나 배웠어요. 현실이 더 탁월하게 드라마틱하다란 말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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