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5/22 20:50:29
Name   하얀
Subject   귀여움이 우주를 구한다


이 것은 ‘간증글’입니다.

인피니티 워를 보기 위해 근 열흘동안 거의 매일매일을 어벤져스 1편부터 시작해 마블시리즈를 달렸습니다.
(별 스포 없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제가 히어로물을 보다니. 역시 인생은 계속 살아봐야 해요.
불경하게도 그간 ‘변신하고 그런 허황된 걸 왜 봐? 대리만족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이런 ‘갓띵작들을 이제 보다니ㅠㅠ 인생 헛살았군ㅠㅠ’ 이러면서
한편 볼 때마다 저의 모 단톡방을 도배했습니다. 아니 때가 몇년도인데...이제 본거냐??는 핀잔도 달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젯 밤 늦게 드디어 인피니티 워를 보았습니다. 인피니티 워를 세번째 보시는 분과 말이죠.
타노스를 ‘우리 형님’이라 부르는 극렬빠와는 깨알 이야기 나눌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시...이 일련의 과정에서 결국 제게 남은 것은 ‘가오갤’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 감성, 이 음악, 이 캐릭터, 다 직격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미친 것은 바로 '그루트' 입니다. 

1. 아임 그루트(I am Groot)


지금 제 핸드폰에 그루트 움짤이 가득합니다(...)
네, 저 가오갤을 본 이후에는 실은 인피니티 워도 ‘우리’ 사춘기 그루트 볼려고 봤어요. (왜 뭐 왜)

타노스빠 : “그루트가 왜 그렇게 좋아?”
나 : “나 숲해설가 자격증 있자나”
타노스빠 : “…그게 뭐야. 아니 그게 대체 왜 있는…”

ㅋㅋㅋ 나무를 좋아하니까요.

중딩 때 가우디를 보고 홀리고, 결국 파밀리아 대성당에 가서 잎사귀 부조를 어루만지며 감명받았던 것도 다 나무를 좋아하니까요.
정년 퇴직하신 분들과 선생님들로 구성된 교육 수강자 사이에서 나이도 어리고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평일과 주말에 6개월 넘게 수업을 들었던 것도 나무를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쏘러블리킹갓 존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니ㅠㅠ 어허어헝
이게 다 제가 저의 은밀한 애정(?)을 숨겨와 주변에서도 잘 몰랐고, 우리 숲단톡방 연령층이 심각하게 높아서임.

그렇다고 하더라도 ‘삐끕감성으로 너무 노린거 아냐ㅋㅋ이거 취향인데ㅋㅋ’ 하고 보던 영화가 제게 ‘갓’이 된 것은 1편의 ‘We are Groot’ 장면 때문입니다.

그루트는 ‘I am Groot’라는 말만 할 수 있는데,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처음으로 ‘We are Groot’라고 말하죠.
몸의 말초신경이 자라나듯 나뭇가지를 확장해 동료들을 둘러 감싸며 말한 그 장면에서, 저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엉엉 울었어요. 




십년도 훨씬 전에 읽은 ’드래곤 라자’의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말이 긴 세월을 건너 비로소 제게 와서 녹아드는 감각이었어요.
인간이라는 종은 자유 의지를 가진 개별 개체이자,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 자신보다 커다란 무엇에 빠져드는 군집 생물이죠.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에서 찾아 온다는 말도 떠올랐어요.  

언젠가부터,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몰두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고 나면 쾌락만 추구한 것 같아 이유모를 괴로움을 느꼈던 스스로가 당혹스러웠고, 아니 무슨 스토아학파도 아닌데 쾌락 좀 추구하는게 어때서 이러냐고 답답해 했으며, 대체 왜 내가 직업을 바꿔 여기 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던 그 모든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 위로를 주는 거였어요. 

네 제게 이 영화는 성장물이었던 거죠.

2. 베이비 그루트(Baby Groot)

가오갤 1편에서 파워스톤을 가지고 잔다르를 멸망시키려 지상에 내려온 빌런 로난에게 피터가 
’댄스배틀’을 신청하는 것을 보며 “음악이 우주를 구원한다”는 '마크로스’의 사상(일명 민메이 어택ㅋㅋ)이 생각났습니다. 
사실이죠. 그럼요. 음악과 사랑이 아니면 대체 뭐가 우주를 구하겠어요?! 

그런데 가오갤 2편에서 그 답을 깨주더군요ㅋㅋㅋ
답은 ‘귀여움’이다.

아아아아아아아 베이비 그루트ㅠㅠ 우주를 구하는 건 ‘귀여움’이죠. 딴 거 다 필요없어요. 
흉악한 라바저스 배신자놈들도 ‘베이비 그루트’가 귀엽다고 난리(...)지 않습니까. 

우주 최강 귀요미, 조기교육을 통해 댄싱머신으로 자라고 있는 우리 그루트












인피니티워에서 게임기만 붙잡고 구부정하게 걷는 사춘기 그루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어요. 
타노스가 손가락 튕긴 후, 로켓 라쿤에게 '아임 그루트'(Dad...)하고 사라질 때도...힝
1편에선 로켓만 그루트 말을 알아 들었는데 2편이랑 인피니티워에선 가오갤 멤버들이 다 알아듣고 
나쁜 말하면 안된다고 혼내는 것도 넘 좋았음ㅋㅋ
저도 토르처럼 아스가르드에서 선택과목인 그루트어 배우고 싶네요(진심) 

그리고 이 글의 목적은 그루트 움짤을 모아 놓고 계속 보기 위해서입니다ㅋㅋㅋ

여러분들도 그루브 넘치는 그루트 보고 행복하세요

  








11
  • 춫천
  • 가오갤 좋아하니까 추천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45 정치들여다보자 - ISIS (2) 11 눈부심 15/11/27 7125 4
2918 IT/컴퓨터수제 팟캐스트 스튜디오 구축.... 37 damianhwang 16/05/30 7121 7
551 기타유게 혹은 질게에 어울릴지도 모를 집밥식당 이야기. 28 세인트 15/07/09 7120 0
1891 음악제가 아재들을 위해서 최신곡 추천해드립니다. 35 shadowtaki 15/12/30 7119 0
9569 일상/생각Routine과 Situation으로 보는 결혼생활과 이혼 36 Jace.WoM 19/08/22 7117 38
1172 일상/생각글로 배운 연애는 어렵다. - 2 3 랍상소우총 15/10/04 7117 0
5990 사회고급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14 tannenbaum 17/07/21 7112 1
3893 의료/건강LCHF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한 야매 경험담 28 쉬군 16/10/13 7110 0
5559 정치[불판] 대선후보 6차 TV 토론회 158 소노다 우미 17/05/02 7109 0
8883 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5) - 도핑의 재구성, USADA 보고서 3 AGuyWithGlasses 19/02/19 7109 16
5435 정치[불판] 기자협회·SBS 주관 대선후보 TV 토론회 1부 123 Toby 17/04/13 7108 0
1445 영화쟈스퍼 모렐로의 신비한 탐험 3 새의선물 15/11/03 7108 0
8676 일상/생각(4mb 짤) ebs 다큐 '자본주의' 5부작 요약글 19 벤쟈민 18/12/24 7106 4
5754 기타제가 그동안 썼던 면도기들.jpg 28 김치찌개 17/06/07 7104 2
3848 일상/생각영어사전 앱들을 소개해봅니다. 8 Ben사랑 16/10/07 7104 1
8565 일상/생각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35 파랑새의나침반 18/11/26 7102 2
3878 꿀팁/강좌셀카기술학 개론 (1) 17 elanor 16/10/12 7101 6
2461 방송/연예프로듀스 101 4차 경연 직캠 현황 17 Leeka 16/03/24 7101 0
851 요리/음식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 모엣 샹동 의 장 레미 모엣 4 마르코폴로 15/08/26 7101 0
7570 영화귀여움이 우주를 구한다 56 하얀 18/05/22 7099 11
6619 일상/생각고장 잘 나는 차 이야기 27 Beer Inside 17/11/20 7099 4
84 기타회사에서 가입했습니다. 4 세인트 15/05/30 7099 0
1762 정치지역주의와 패권주의 (글 완성) 14 삼공파일 15/12/13 7098 2
8762 기타개인적인 영화관 할인법(2)-메가박스..(+나름대로의 꿀팁) 5 삼성그룹 19/01/14 7097 0
635 정치안철수 의원이 국정원장을 오늘 검찰에 고발 한다는군요. 11 Toby 15/07/23 709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