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4/17 15:52:52
Name   그럼에도불구하고
Subject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오면 추억속에 잠겨요."



너와 헤어지고

빗속을 달리는 택시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다.

음악 한정으로 애늙은이었던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 .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더듬으려

인터넷에서 가사를 검색해보고는 이내 후회했다.

봄비맞은 풀잎처럼 촉촉해진 내 눈시울을 이내 느꼈기 때문인지.


세월이 조금 흘러.

8시40분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탄 어느 날.

랜덤재생으로 우연치 않게 흘러나온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읊조렸다. 말했다. 숨을 내쉬었다.


특정 경험을 할 때 들었던 노래를 떠올리면

그 때 그 기억과 추억이 떠오른다.

요동하는 와이퍼와,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와 라디오와,

인터넷 검색창. 그리고 봄비.


마지막 사랑은 아니었다.

외로운 내 가슴에 나 몰래 다가와

사랑을 심어 놓고 떠나간 사람도 있었고

나는 그사람을 미워하지 않았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해준 사람도 있다.

있었다.


시간이 지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물어보고 싶다.


"그대는 낙엽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여름이가고, 가을이 저물어 낙엽이져도


봄이 완연했던 어느 날

양재천변길을 함께 걸었던 추억을 곱씹을 것 같아요.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785 기타불금인데 2 그린티넷 22/05/06 2587 1
    12780 영화닥터스트레인지 이따 밤에 볼건데 6 그린티넷 22/05/04 3039 0
    12639 일상/생각요즘 정치가 무섭네요. 4 그린티넷 22/03/17 4361 0
    9164 게임[리뷰] 주체와 타자의 경계 허물기: <BABA IS YOU> 5 그린우드 19/05/08 3634 6
    6788 도서/문학허수경의 시 <폭발하니 토끼야?> 5 그리부예 17/12/19 4450 6
    6780 영화"체리 맛을 포기하고 싶어요?" 3 그리부예 17/12/18 4735 3
    6516 도서/문학크로스드레싱을 소재로 삼은 만화, 13월의 유령 4 그리부예 17/11/03 6343 6
    6490 음악줄리언 베이커, "Turn Out the Lights" 그리부예 17/10/30 3566 3
    6114 도서/문학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합니다. 27 그리부예 17/08/16 5129 12
    6100 일상/생각어머니가 후원 사기에 당하셨네요;;; 7 그리부예 17/08/12 3750 0
    6077 도서/문학<당나귀의 지혜> 독서평(1) 그리부예 17/08/09 4062 6
    6070 일상/생각언니네이발관 해체 5 그리부예 17/08/07 4365 4
    6719 도서/문학코끼리가 숨어 있다 6 그리부예 17/12/07 4856 7
    6918 일상/생각60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딸 뿐만은 아닌것 같다 7 그렇다고 했다 18/01/09 4707 3
    10958 일상/생각나의 2년간의 짝사랑기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는) 19 그럼에도불구하고 20/09/15 5999 5
    10238 일상/생각아 정말 퇴사는 어려운거구나!! 24 그럼에도불구하고 20/01/29 5735 46
    9879 일상/생각소개팅 어플과 여자사람-3(번외)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9/10/23 4517 6
    9854 일상/생각소개팅 어플과 여자사람-3 44 그럼에도불구하고 19/10/18 5241 17
    9853 일상/생각소개팅 어플과 여자사람-2 17 그럼에도불구하고 19/10/18 4829 9
    9852 일상/생각소개팅 어플과 여자사람-1 11 그럼에도불구하고 19/10/18 5423 6
    8972 일상/생각내 나이 29살 24 그럼에도불구하고 19/03/18 5288 0
    7403 일상/생각(사진혐주의) 운동 두달 차 기록. 38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8 6509 9
    7398 일상/생각"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5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7 5027 3
    7367 일상/생각홍차넷 6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1 4145 26
    5460 일상/생각전 여친은 페미니스트였다. 84 그럼에도불구하고 17/04/17 13920 1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