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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03 19:34:56
Name   진준
Subject   그만둡니다. 탈퇴합니다.
몸이 너무도 고단해서, 표현이 건조할 수 있는 점 이해해주십시오.



세상이든 인간이든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을 바꾸든 내가 바뀌든 해야겠죠. 인간을 바꾸든 내가 바뀌든. 혹은 서로 모두 바뀌어야겠죠.

그런데 만약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은 하고 싶지 않다면? 대상도 나도 바꾸고 싶지 않다면,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 밖으로, 인간 밖으로.

너무 비겁한가요. 무력감을 타고나거나 끊임없이 좌절을 맛본 사람은 이렇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갈 권리가 있고 세상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불편하다 하여 인간과 세상을 파멸시킬 수는 없는 거예요. 나와 타인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일상을 잘 보내면서도 저로서는 뭔가 소통이 미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되긴 되는데 완전하게는, 허심탄회하게는 잘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이런저런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모조리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인간에 기울인 마지막 노력이었으나, 역시나였습니다.

처음엔 처음이라 어색하고 불편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냥 맞지 않는 짓을 하니까 버거웠던 것뿐입니다.

저는 언제나 무력하더군요.

제 탓입니다. 사실 안 되는 거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뭐든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유독 우월하여 생기는 일도 아닙니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저는 오히려 평균보다 여러모로 못합니다. 이건 다만 안 된다는 하나의 사실일 뿐이지요. 이것만이 중요합니다.

세상, 인간과 저는 맞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제 자신과도 잘 못 지내니 말입니다. 단순히 의지나 노력의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표현하는 애정은 너무도 작고 보이질 않는 것이더군요. 상대방도 저에게 보여주는 본인의 애정을 작게 생각할까요. 누구나 자신이 타인에게 베푸는 것은 받는 것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이 다 제 탓인데, 오만한 저는 부정하고 싶겠지요. 제 탓을 하면 많은 이들이 겉으론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뒤돌아서면 함께 돌을 던지곤 했습니다. 결국 제 탓이겠지요.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저도 사람을, 세상을 긍정했고 긍정하던 평범한 이에 가까웠습니다. 허나 그것이 적어도 제 자신에겐 얼마나 부질없던 짓이였는지 깨닫습니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디선가 깨달을 것이었어요. 아니 이미 알고 있었죠. 제가 외면한 것일뿐입니다.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날이면 날마다 절 밀어내는, 정체 모를 뭔가를 느껴요. 제 자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 자신이 전부는 아닙니다.]



불편해하시던 글들은 최대한 지웠으니,

원하시는, 행복한 커뮤니티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제 흔적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으면 더욱 좋겠으나 여러 제약상 그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로선 커뮤니티 생활이 처음이었던터라 뭘 모르고 설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4~5개월 밖에 머물지 않았으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두 번 다시 나 자신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이 결론은 확실하게 외우고 복습했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누구나 이기적이지요.



[탈퇴를 함으로서 뭘 의도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다짐할 뿐입니다.]


[탈퇴를 하면 덧글을 읽는데 제약이 생기므로, 무슨 반응을 기대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제가 물러날 테니, 카톡 그만 보내십시오. 탈퇴까지 할 마음 처음엔 없었습니다. 허나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다들 원하시는대로 물러납니다. 그만하십시오. 누굴 원망할 수도 없군요. 친하게 잘 지내고 싶어 연락처를 드린 제 탓입니다. 그 좋은 마음이 이렇게 돌아오는군요. 언제나 이래와서 어색하진 않습니다. 어쨌든 부탁합니다. 그만들하세요. 이 번호는 여러모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조리돌림 당하는 거 너무 힘겹군요. 정말이지 1초도 참을 수가 없네요. [누구나 결정타를 맞으면 폭발합니다. 그걸 홍차넷에서 맞아버리네요.]



커뮤니티는 오프라인보다 더 이해되지 않는, 무서운 세계에요.


저는 논리적 모순을 도저히 참아내질 못합니다. “널 사랑하니까 때리는 거야.”,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같은.


또한 불공평을 조금도 참지 못해요. 이걸 감정적이다, 유치하다라고 표현하는 것까지도.



제 자신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어합니다. 토론을 거부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래요, 이기적이죠. 한 마디로 내 맘대로 안 되는 걸 싫어하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를 저격하는 것 같으신가요. 아니요. 굳이 따지면......


글쎄요.



폐만 끼치고 갑니다. 이제 두 번 다시 폐라는 것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증오도 환멸도 없어요.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살 맛 떨어져서 신나네요. 초등학생 손님이 제 옷에 침을 뱉고 뺨을 떄렸을 때도 안 들던 감정이 듭니다. 사실, 누구나 올 수 있는 이곳에 한 발 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혼자서 고민했던지. 그 고민의 깊이만큼 차가운 뭔가가 생겼습니다.




차가워지겠습니다. 세상에게, 인간에게, 영원히.



이건 제 의지이고 제가 결심한 것입니다. 제 인생은 제 것이니까요. 누구 탓이 아닙니다. 최종적으론 제 결정이죠.




고마웠습니다. 전 틈틈히 애정을 드러냈지만, 못......아니, [안] 들으신 분들이 너무도 많기에 덧붙입니다. 외면하지 않았던 분들은 분명히 들으셨고 제 마음도 아실 테지만 다시 한 번 적습니다.


고마웠어요.



제가 세상에 태어나 인간에게 표하는 마지막 감사입니다.




P.S.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려면 제 상처가 얕았어야 했는데, 30년이면 적지는 않은 세월입니다. 물 한 방울이 바위를 뚫을 시간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고집 피우는 제 자신이에요.

저는 구부러지지도 꺾이지도 않거든요. 아주 지독한 녀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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