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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27 23:09:37
Name   에밀
File #1   싱글라이더.jpg (1.95 MB), Download : 43
Subject   <싱글라이더>를 봤습니다. (스포 많아요. ㅠ.ㅠ 죄송)


<싱글 라이더>를 보고 왔습니다. 이병헌 주연이고 공효진과 안소희가 나옵니다. 크리스라는 역할도 주요 조연인데 배우 이름을 모르겠어요.

개봉 전부터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영화였어요. 전 영화를 그리 많이 즐기지 않았어요. 그나마 최근 들어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요, 이병헌이라는 사람이 대단한 배우라는 건 알아요. 중1 때 봤던 <공동경비구역 JSA>로 시작해 <악마를 보았다>, <광해>, <내부자들> 등을 봤습니다. 그런데 <싱글라이더>에서의 이병헌은 멋있는 모습보다는 초라한 모습을 자주 보이겠더군요. 나약하며 찌질한 이병헌이라니. 예고편을 봐도 다른 영화에선 느끼지 못 했던 이병헌의 단신이 도드라지는 느낌에 이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병헌은 증권회사의 한 지점장인 강재훈 역입니다. 증권회사가 부도나고, 팔아왔던 채권들로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마구 몰려오는 뉴스 있잖아요. 그걸 겪고는 마음을 정리한 채 가족에게 돌아가려 합니다. 아내와 아들이 호주에서 지내고 있는 기러기 아빠거든요. 이미 삶이 반이 파괴된 그는 남은 반을 찾아 호주로 떠납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그의 아내는 옆집 남자와 달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들, 그 남자와 그 남자의 딸은 그림처럼 오붓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길을 잃었습니다. 시드니에 도착해 처음 봤던 표지판에 적혀 있는 문구처럼, 길을 찾아야 하는 그의 앞에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벌다 길을 잃은 지나가 나타나고요. 낮에는 아내를 보며 자신의 길을, 밤에는 지나를 도와 그녀의 길을 찾는 걸 도와주는 며칠을 보냅니다. 아내와 그 주변을 염탐하며 회상하는 장면들을 통해 그의 남은 절반인 가족이 어떻게 파괴되어 갔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반을 잃은 그는 점점 무력해지고 나약해집니다. 공사장 인부에 불과한 크리스를 따라다닐 때는 자신을 비웃기까지 하고요. 이 무력함이 절정에 달한 건 그의 아들을 들고 병원으로 달려가느라 다리를 다친 크리스를 보았을 때입니다. 이때 크리스의 모습은 초라한 재훈과 대비되는 강인한 남성성이었습니다. 그날 밤 재훈은 수진과 크리스가 키스하며 선을 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됩니다. 나약하며 무력해 찌질해지기까지 하는 심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참 좋았습니다. 직후 그 절망을 해소하는 장면까지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엔 던져둔 몇몇 복선을 회수하며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미심쩍은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그게 여기로 오더군요. 전 그 반전으로 느낀 기분도 좋긴 했습니다만, 대신 저 무력한 절망감이 날아가는 게 아쉬웠습니다. 마찬가지로 길을 잃은 지나를 도와주며, 또 재훈도 지나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길을 찾는 이야기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이건 지나치게 평범한 것도 같네요. 내 상상력 수준 =.=... 어쨌든 영화에서 재훈은 다른 길을 찾습니다.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저 절망감이 아쉬워요. 물론 해소가 되는 장면이 있긴 한데요, 크게 강조가 되지 않고 바로 뒤에 드러나는 반전이 좀 크다 보니 그 내적 갈등의 해소가 묻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같이 갔던 동생은 중반까지 너무 재미가 없었대요. 사실 우르릉쾅쾅 부라더 다메요 하는 영화는 아닌지라 크게 흥행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약한 남자를 바라보는 게 무에 그리 재미있겠습니까. 영화는 거의 항상 이병헌 원샷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저희 동네 cgv에는 하루 두 번밖에 상영하질 않더군요. 조조로 보려 했는데 눙물 ㅠㅠ... 그래도 농협 체크카드가 BC였는데 프로모션 기간이라며 천 원 할인해줘서 좋았습니다. 헤헿. 암튼 흥행은 어려울 것 같지만 전 괜찮게 봤습니다. 스포를 제법 했는데 그래도 보러 가실 분은 가셔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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