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16 19:55:53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외전): 지록위마 (指鹿爲馬)
My 게시판을 들여다보니 쓰다만 에피소드가 있길래 외전으로
소개해
드리겠
슴미다

-----------------

서원학습 말미에 시험을 보는데, 1:1 면접처럼 봐요. 임의로 배운 텍스트 중 하나를 골라서 강(講: 암송)을 시키고, 빈칸 한자 채우기도 시키고, 그리고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간단한 구두 퀴즈도 내요. 그렇게 시험을 다 보면 다음 학생, 또 다음 학생 이런 식이에요. 이미 시험을 본 학생들이 기억나는 구술문제 몇 개를 시험대기자들에게 슬쩍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문제은행식으로 랜덤하게 나오는지라 이런 힌트가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첫 번째로 시험을 치르고 온 [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오더니 "야야, 굴원(屈原)이 춘추시대 인물이냐 전국시대 인물이냐" 하는 거예요. 나름 유명한 양반이라 다들 "전국시대 아녜요?"라고 했는데 언니 曰 "아 그래서 전국시대 인물이라고 했더니 ㅇㅇㅇ선생이 자꾸 춘추시대 인물이라는거야. 나 아무래도 오답처리된 듯" 라는 거예요. 헐.

대기자 중 하나가 급히 전화챤스를 써서 서울의 지인에게 시켜 알아보라고 했는데 굴원은 실제로 전국시대 인물이 맞았어요. [언니]는 3학년이라 시험성적이 잘나오든 못나오든 별 상관 없었지만 2학년들에겐 돈과 커리어가 달린 문제니까 다들 예민해졌지요. 

위기예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말이냐 사슴이냐. 함정이냐 레알이냐. 길라임이냐 박근혜냐.

게다가 ㅇㅇㅇ선생은 언니가 '진짜 전국시대 인물 아닌가요?'라고 몇 번 되물은 게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나봐요. 그래서 그 후로 시험을 본 십수 명의 학생들에게 모두 똑같은 문제를 냈어요. 굴원이 어느 시대 인물이냐구요.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껄껄, 춘추시대 인물이지요. 거 당연한 거 아니겠슴꽈" 하고 대답했대요. 그러면 ㅇㅇㅇ선생은 신이 나서 무릎을 탁 치며"그치? 춘추시대 맞지? 이런 기초적인 걸 잘못 알면 안된다니까."라고 웃었다지요. 그리고 제 차례가 돌아왔을 때 제가 뭐라고 답했느냐하면.... 


..... 비밀이에요 ㅎㅎ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480 철학/종교산타가 없다는 걸 언제쯤 아셨어요? 42 기아트윈스 16/12/30 4853 8
    4347 일상/생각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45 기아트윈스 16/12/10 4756 17
    8855 사회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83 기아트윈스 19/02/12 7653 77
    4243 역사몽골제국은 왜 헝가리에서 후퇴했을까 16 기아트윈스 16/11/27 5770 13
    4167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외전): 지록위마 (指鹿爲馬) 26 기아트윈스 16/11/16 3666 0
    4152 창작[한단설] 아브라함과 이삭 15 기아트윈스 16/11/14 3884 5
    4115 정치시국 단상: 박대통령과 골룸 10 기아트윈스 16/11/08 3916 10
    4100 방송/연예오늘 밤, 지구별 2(Planet Earth 2)가 발표됩니다. 19 기아트윈스 16/11/06 5615 0
    4043 육아/가정만 4세, 실존적 위기에 봉착하다. 54 기아트윈스 16/10/31 6168 21
    3936 일상/생각달팽이 20 기아트윈스 16/10/17 4743 4
    3876 일상/생각전직 호주 총리 만난 썰 40 기아트윈스 16/10/12 4640 8
    3873 일상/생각인종차별에 관한 기사 하나. 24 기아트윈스 16/10/11 4037 2
    3837 일상/생각[펌] 시대로부터 밀려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45 기아트윈스 16/10/06 4279 12
    3833 일상/생각분사난(忿思難) 8 기아트윈스 16/10/05 4105 1
    3823 일상/생각사..좋아하는 인물에 대해 말해봅시다. 50 기아트윈스 16/10/04 4303 0
    3784 도서/문학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씨 만난 썰 39 기아트윈스 16/09/27 7177 7
    3761 도서/문학책읽기에 관한 생각 하나. 28 기아트윈스 16/09/24 6534 3
    3702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4): 버츄얼 파이터 사건 14 기아트윈스 16/09/14 3855 4
    3706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끗): 에필로그 23 기아트윈스 16/09/14 4690 12
    3694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3): 구밀복검(口蜜腹劍) 30 기아트윈스 16/09/13 4076 5
    3689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2): 디제이디제이 드랍 더 비트 30 기아트윈스 16/09/12 5492 11
    3683 기타서원(書院)에서 한문 배운 썰 19 기아트윈스 16/09/11 4620 8
    3642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1 기아트윈스 16/09/04 6648 17
    3512 일상/생각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4021 6
    3439 일상/생각랩탑 수리 완료에 즈음하여 39 기아트윈스 16/08/03 4144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