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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25 16:29:32
Name   선비
Subject   [조각글 27주차] 야간비행
주제 _ 선정자 : 헤베
인간을 제외한 사물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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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 받고 싶은 부분
문장구성, 플롯의 자연스러움.

하고싶은 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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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때 이른 무더위가 내리쬐는 5월의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카페 오픈을 준비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니 참새 한 마리가 유리문 밖에 도보에 누워있었다. 아마 유리에 부딪혀 죽은 모양이었다.
'잠깐 정신을 잃었는지도 몰라. '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누운 참새를 오 분쯤 바라보고 서 있었다. 문득 날씨가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받기를 가져와 참새를 담아 가게로 돌아왔다.

'야간비행'. 생텍쥐페리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은 아니었다. 카페 이름을 야간비행으로 지은 것도, 얼마 안 되는 인테리어를 비행기를 모티브로 만든 것도 그냥 어릴 때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러고 보면 십여 년 전 처음 딴 면허도 운전면허가 아니라 초경량항공기 조종 면허였다.

손목시계를 흘끔 보니 9시 20분이었다. 손님들이 슬슬 들어올 시간이었다. 참새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참새가 담긴 쓰레받기를 택배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 택배 상자로 안 보이게 덮었다. 그리고 유리 문밖에 걸린 'Closed' 표시를 'Open'으로 바꿔 걸었다.

"새내기 꼬마들은 조별과제를 무슨 장난으로 안다니까." 햄 치즈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킨 두 여자가 떠들고 있었다. 서비스직을 하는 사람들은 주위 조형물이 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아예 대학에 오질 말아야지." "아직 사회생활을 못 겪어봐서 그래." 그녀들의 대화는 그렇게 잠시 이어지다가, 각자 노트북을 켜고 과제를 시작했다.

마감 시간이 돼도 참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청소를 끝내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쓰레받기 위에 있는 참새를 쓰레기통의 쓰레기 위에 올렸다. 쓰레기통에 담긴 참새는 마치 거기가 집이라는 듯 잘 어울리는 듯도 했다. '이 도시에 어울리는 죽음일지도 몰라.' 나는 모형 세스나기의 프로펠러를 괜히 돌리며 참새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문을 잠그고 카페를 나섰다.

밤이 되자 참새는 쓰레기통 안에서 깨어났다. 참새는 양쪽 날개를 조용히 움직여봤다.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움직여지지 않는 곳은 없었다. 참새는 날개를 퍼덕여봤다. 가게 안에 새의 날갯짓 소리가 가득 찼다. 밖으로 도시의 불빛과 아직 잠들지 않은 운전자들이 모는 자동차 무리가 보였다. 참새는 이 곳에서 날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날개를 힘차게 저어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갔다고 생각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을 받고 참새는 땅으로 떨어졌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밖은 위험해, 여기서 누워 있는 게 좋을걸"
자세히 보니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부딪힌 곳에 유리가 보였다. 아마 유리가 내는 소리인 것 같았다.
"비켜줘, 나는 나가야 해."
"나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데?" 유리가 물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어. 날아갈 거야." 참새가 대답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이곳에 조용히 있지 그래?"
참새는 생각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곳은 날기에는 너무 좁아."
"나가면 분명 후회하게 될걸?"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나는 새야. 나는 기절해 있었지만, 이제 나았고 새는 날아가야만 해."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군." 확실히 새 대가리는 이해하기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인제 그만 비켜줘." 참새는 그렇게 말하고는 유리를 향해 다시 날갯짓했다. 무언가가 여전히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다. 참새는 퍼덕이는 날개에 힘을 더 주었다.

그날 밤 참새는 날아갔다. 유리문을 넘어, 자동차 불빛을 넘어, 집들과 빌딩을 넘어, 개들과 사람들을 넘어, 산들과 바다를 넘어, 친구들과, 아는 것과 아직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넘어 날아갔다. 참새를 그리워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티셔츠의 등 부분이 축축히 젖어있었다. 꿈이었다. 밖은 아직 껌껌했다. '꿈이었군.' 나는 죽은 참새를 떠올렸다. '꿈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야.' 나는 샷 글라스에 싸구려 위스키를 채워서 단숨에 비우고 침대로 돌아왔다. 다행히 참새도 유리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도 더운 햇빛이 아침부터 내리쬐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닫혀있는 가게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쓰레기통을 살펴보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참새는 사라지고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나는 누가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나는 컴퓨터를 켜 A4 용지 한 장을 출력하고 유리문 위에 붙였다. 그리고 유리문을 쿵 소리 나게 닫아 걸었다. 유리는 여전히 튼튼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쉽니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한 더위가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셔츠에 땀이 젖을 정도의 무더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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