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29 23:13:52
Name   선비
Subject   [조각글 6주차] 부고
주제 _ 선정자 : 범준

산문
1. 혼자 사는 여자/남자의 집에서 물건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상황을 모티프(모티브)로 콩트 쓰기.
2. '바다와 거울'을 제목으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의 소설쓰기.

운문
1. 편의점을 모티프(모티브)로 '뼈'와 '식물'이 들어가게 글쓰기.
2. '구경꾼'을 시제로 자유롭기 시 쓰기

- 가급적 산문은 2~3천자 운문은 1천자 내외로 쓴다.
- 제시된 4가지 조건 중 일택해서 글을 쓴다.
- 모티프와 모티브는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 제시된 문제(조건)는 동국대, 서울예대 2016학년도 기출문제이며 따라서 저작권도 해당 대학에 있다.

*부연 설명
모티프 :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
모티브 :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나 원인 내지는 어떠한 글에 대한 출발점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선택한 주제
'구경꾼'을 시제로 자유롭기 시 쓰기
합평 받고 싶은 부분
범준님 덕에 시를 다 써보는데 시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본문


부고

신문의 부고(訃告)란에는
낯선 사람들의 죽음이 있다
그 사람들은 어느새 살았던 걸까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부자리를 들춰보듯
스윽 들춰본
아득한 시간
잊혀진 꿈들이,

그토록 버거웠던 것들이 너무 가벼워서
다시는 몸무게를 실을 수 없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부러진 커터칼을 버리듯
벼려온 것들을 버리는 일이
이토록 쉬운,
무슨 부고(富賈)처럼 일기장을 덮는다
부러진 것들이 모두 그렇듯
고칠 수 없다.

나는
일찍이 철 지난 꿈들의 야경꾼이자
다만
멀찍이 버려질 시간의 구경꾼이다



0


    얼그레이
    선비님 글은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많이 다루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점에 주목하여 시를 보았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오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것에 많은 시간과 감정들을 소요하고 있어서일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그 문제는 평생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선비님이 올려주신 시는 제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셨고,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타인의 죽... 더 보기
    선비님 글은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많이 다루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점에 주목하여 시를 보았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오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것에 많은 시간과 감정들을 소요하고 있어서일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그 문제는 평생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선비님이 올려주신 시는 제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셨고,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 \'구경\'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냉소하는듯 보입니다.
    하지만 부고란을 뒤적이며 그들을 한번 더 생각해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음은 따듯한 차가운 도시 사람이 아니었나..☆
    시를 쓰기 위함이었던, 일상의 한 켠을 그려낸 것이던 어느 쪽이건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다만 2연에서 \'스윽\'이나 \'아득한\'표현은
    시라는 장르에 대해 일종의 부담감을 가지고 쓰신 \'편견\'이 반영된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빼는 것이 훨씬 좋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버거웠던 것들이 너무 가벼워져 무게를 실을 수 없다\'라는 구절은 무척 좋았습니다.
    무게를 실을 수 없다곤 하셨짐나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이미 자신의 몸무게가 되어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겸손하게 냉소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일기장을 부고(富賈)처럼 덮는다는 표현도 일상에서 쓰지 않는 익숙하진 않는 표현이라 사전을 뒤져보게 되었습니다만,
    제목의 부고(訃告)와 동음이의어라는 점에서 유희가 드러나 좋았습니다.

    \'벼려온 것들을 버리는\' 구절이 무척 좋았습니다.
    쉬운 일이라 말하였지만 시에서 쉽다는건 늘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죠.
    고칠 수 없는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그 필요가 거기까지었던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혹은 다른 쓰임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마지막 연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이 났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구경하는듯 하면서도 현재 타인의 죽음에 대해,
    혹은 자신의 지난 일들을 소중히 지키고자 한다는 점에 화자의 따듯하고 여린 마음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글에 선비님 마음이 참 여리고 따듯한 분이셨구나, 라는 점을 알고 가네요.(흐흐흐흐흐흐)
    좋은 시 감사합니다.
    선비님을 더 알 수 있는 글이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본문보다 훨씬 퀄리티 높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시라는 걸 거의 처음 써보느라 느낀게 많아요. 산문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표현들을 신중히 다시 보게 되네요.
    2연에서 상투어들이 반복되어서 못내 아쉬었는데 고치려다 어떻게 고칠지 몰라서 그냥 끝냈어요. 정확히 짚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튼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습한 글이지 않았나 싶었는데 거기에서 따뜻한 마음을 봐주셨다니 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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