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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6/11 01:19:16
Name   Xeri
File #1   20240611_010102.jpg (119.8 KB), Download : 0
Subject   악몽


악몽을 꿨다.

갑자기 왠 뜬금없는 악몽인지는 모르겠지만, 꿈속에서 난 가장 기억하기 싫은 9살즈음의 기억으로 돌아갔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 9살의 나는 속옷도 입지 못한 알몸인 상태에서 전깃줄로 온몸을 맞아야했다. 월말고사에서 고작 두문제 틀렸다는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였다.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고통이었고 실제로 맞다가 기절했으며 꿈에서도 맞다 기절을 해서 깨어났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많은 생각중에 하나는 어린 내가 참 불쌍하다는 점이다. 사랑만 받아도 모자란 나이에 나는 왜 그리 다양한 물건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맞아야만 했을까.

9살의 나는 사정상 어머니와 떨어져있을 시기라 나는 이후로도 한참동안 사랑을 받는법도 주는법도 몰랐으며, 미래에 내 와이프가 되는 여자친구를 만난 19살부터 사랑을 받는법과 주는법을 알게 되었다.

아빠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는 평생의 궁금증이자 한편으론 큰 도전이었다. 다행히 미숙하기 짝이 없는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나의 딸은 언제나 빵긋 웃어주고 신난 몸짓을 보여준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생각하고 다짐한다. 널 위해 아빠가 해주지 못할것은 없다고. 그리고 난 절대 당신과 같은 아빠는 되지 않겠다고.

#초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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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곰
    그런 다짐을 하신다는 것만으로 이미 훌륭한 아버지이십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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