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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0/16 22:02:54
Name   meson
Subject   의대 증원 논쟁에 대한 잡상
저는 오래전에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은 끝났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한 3년 전쯤에 말이죠.

지금 다시 그때의 논의를 돌아보면 (위키 문서가 참 길기도 하더군요) 그동안 새로 추가된 논거나 근거는 없다시피함에도 훨씬 큰 수의 증원이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참 뭐랄까, 굉장히 기묘한 일입니다.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논쟁을 개관하기는 쉽습니다.

현재 모두가 인정하는 문제는 1)바이탈과 의사의 부족, 2)지방 의사의 부족, 3)의대의 인재흡수와 같은 사안들입니다.
의대 정원 증가가 필요하다는 측은 의대 정원 증가로 위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의대 정원 증가에 반대하는 측은 의대 정원 증가로 위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주로 오가는 논리를 사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이탈과 의사의 부족

정원이 증가하면 바이탈과 지원자도 증가할 것
<-> 바이탈과 처우가 안 좋은 것은 그대로라 다른 과 지원자만 늘어날 것

더욱 증원하면 다른 과가 포화상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바이탈과에 지원할 것
<-> 그럴 바에는 일반의로 취직할 것

더더욱 증원하면 일반의의 수입이 하락하여 바이탈과 전문의가 늘어날 것
<-> 일반의가 늘어날수록 미용, 성형 시장도 커지므로 수입이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

오래도록 증원하면 일반의의 수입이 메리트가 없어져 바이탈과 전문의가 늘어날 것
<-> 일반의의 업무강도, 워라밸 등이 바이탈과보다 나아 여전히 일반의로 남는 사람이 다수일 것

바이탈과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 바이탈과 전문의가 될 수 있을 정도로만 일반의 수입을 낮추면 넘어올 사람은 넘어올 것
<-> 넘어올 사람이 넘어와도 정작 병원이 바이탈과가 적자라 의사를 더 뽑지 않을 것

병원이 안 뽑아주는 문제는 다른 정책으로 개선하면 될 것
<-> 그 다른 정책부터 미리 시도해본 다음에 의대 증원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

- 지방 의사의 부족

의대 증원으로 의사 배출이 증가하면 지방에 더 많은 의사가 가게 될 것
<-> 의사 배출이 증가하면 수도권 시장이 커져 지방 의사의 증가는 미미할 것

수도권 시장이 커져도 경쟁이 치열해지면 연봉이 보장된 지방 병원에 가는 사람이 늘어날 것
<-> 지방 병원의 연봉은 지금도 높으나 지방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열악하여 다들 안 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의사가 이전보다는 확실히 증가할 것
<-> 증가하고 싶어도 지방 사람들도 수도권 대형병원을 좋아하여 지방에 의사 일자리가 없을 것

환자가 수도권에 몰리는 문제는 다른 정책으로 개선하면 될 것
<-> 그 다른 정책부터 미리 시도해본 다음에 의대 증원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

- 의대의 인재흡수

의대 증원으로 의사의 기대수익이 하락하면 이공계 인재들이 공대로 더 많이 진학할 것
<-> 의사 배출이 늘어나면 시장도 함께 커져 기대수익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

더욱 증원하면 기대수익이 상당히 하락할 것
<-> 상당히 하락해도 공대의 기대수익보다 높기만 하면 오히려 증원된 만큼 인재가 더 유출될 것

공학에 열의가 있는 최상위권 학생이 공대를 택할 정도로만 의사 기대수익을 낮추면 충분할 것
<-> 적정선이 어디인지 연구되어 있지 않거나 연구해도 너무 낮아 실현 불가능할 것

- 의대 정원 증가의 부작용

의대 정원 증가로 의사 배출이 늘어나면 시장이 커져 의료보험 손실이 커질 것
<-> 이미 의료접근성이 최상위권이므로 의사 배출이 늘어나도 의료수요는 그리 증가하지 않을 것

의대 정원 증가로 의대 입결이 하락하면 의사의 질이 떨어질 것
<-> 입결이 하락해도 여전히 최상위권일 것이므로 실질적인 차이는 없을 것

- 의대 정원 증가의 대안

현 치대처럼 입시 당시부터 전공을 고정시켜 바이탈과 학생을 모집하면 바이탈과 의사가 늘어날 것
<-> 일반의로 남는 것까지 막지 않는 이상 현재의 문제가 계속될 것

피부 의료를 타 의료인에 개방하거나 관련 자격증을 신설하여 일반의의 기대수익을 낮추면 바이탈과 의사가 증가할 것
<->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것

바이탈과의 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심평원의 심사기준도 완화하면 적자가 줄어들어 고용이 증가할 것
<-> 의료보험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

피부, 성형 등 비급여 의료행위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이를 재원으로 바이탈과의 적자를 보전하면 고용이 증가할 것
<-> 세금의 형평성 문제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이 제기될 것


대충 이 정도인데, 사실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보면 현재의 문제에는 OECD 평균 대비 의사 수나 의사 증가율 같은 자료들보다도 경제학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정책 자체에는 정치가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하고 있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이거 카테고리가 정치로 갔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일단은 의료로 올려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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