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7/29 20:13:20
Name   그런데
Subject   MSX 시절에 동그라미 그리던 이야기
아주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컴퓨터가 8 bit 시절인 이야기니까요. 요즘 PC는 보통 64 bit CPU를 씁니다.
이 숫자는 CPU라고 하는 중앙 처리 장치가 한 번에 들고 다니는 변수의 크기를 뜻하는데
8 bit면 0 ~ 255의 숫자를 한 번에 들고 다니는 거죠.
하여튼 이런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 8 bit 컴퓨터 중에는 MSX라는 물건이 있었는데
컴퓨터를 사 달라고 해서 사 줬더니 하루 종일 게임만 하더라.. 의 국내 첫번째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컬러 그래픽 게임이 보급된 사실상 첫 번째 기종이지요.
요즘은 emulator가 잘 나와서 https://bluemsx.com 같은 곳에서 온라인으로 실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이 emulator가 타임라인에 올라와서 생각이 나서입니다.

여기에는 basic이라고 하는 컴퓨터 언어를 기본 내장하고 있었는데
이 이용법을 가르쳐 주는 컴퓨터 학원이 동네마다 생겼고 저는 중학교 때 이 학원을 다녔습니다.

당시 문제 중, sin/cos 을 이용하여 원을 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을 그리는 별도의 명령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원을 그리려면 삼각함수를 동원해야 합니다.

원 위의 한 점은 해당 원의 x축으로부터의 각도에 따라 삼각함수로 표시되는데
중심을 기준으로  x 축 offset은 cos (각도) 의 값이 되고, y축은 sin (각도)가 됩니다.
이는 중학교 처음 삼각함수를 배울 때 그림으로 알게 됩니다.

이런 그림을 보면 쉽지요.



따라서 원 위의 각 점은 다음과 같이 되지요.

x = (중심의 x좌표) + (원의 반지름) * cos (각도)
y = (중심의 y좌표) - (원의 반지름) * sin (각도)

y에서 - 인 이유는 좌표계의 원점이 왼쪽 위가 (0, 0)이고 아래로 내려올 수록 값이 커지는 좌표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원을 그릴 수 있지요.

값을 0에서 360도까지 하나씩 증가시키면서 각각의 sin, cos 값을 구한 후
해당 값으로 (x, y) 좌표를 계산해서 점을 하나씩 찍으면
이들이 연결되어 원이 됩니다.

다음과 같이 소스를 입력하면


실행 결과(run)은 다음처럼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상당히 그리는데 오래 걸립니다.
예전 컴퓨터는 아주 느렸거든요. 현재 emul로도 대략 2분쯤 걸리네요.
특히 sin, cos 등 실수연산을 하는 건 한 줄 출력하는 것이 보일만큼 느립니다.
당시 기억에 apple II+에서 그림 하나 그리려면 10분 이상 걸렸습니다.

좀 빨리 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원은 중심을 기준으로 선대칭인 것에 착안해서
다음처럼 그리기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면 sin 함수 계산을 하는 횟수가 4분의 1로 줄어드니 훨씬 빨라지지요.

그 당시에는 중학생이라 sin ^2 + cos ^ 2 = 1 등의 공식을 모를 때라서
보다 더 최적화하지는 못했던 것이 지금 와서는 아쉽군요.

당시 이처럼 속도를 올릴 꼼수를 왜 생각했느냐 하면
그날의 과제를 끝내고 나면 나머지 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뭐든 동기가 부여되어야 더 잘하려 한다.
는 이야기입니다.


ps. 그림 포함된 글은 처음 써 보는데 link가 제대로 되는지 모르겠군요.
잘 안되면 link를 다른 곳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6
  •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41 일상/생각아주아주아주 가벼운글 5 그럼에도불구하고 17/04/14 3260 8
5431 일상/생각팔씨름 좋아하세요? 17 그럼에도불구하고 17/04/13 7323 8
7436 일상/생각설레발은 필패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24 5853 14
5218 일상/생각누군가의 운구를 함께 한다는 것 8 그럼에도불구하고 17/03/17 3935 23
7392 일상/생각오빠 변했네?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6 5287 28
14330 여행초겨울의, 레고랜드 호텔과 레고랜드 방문기 2 그런데 23/12/14 2492 4
12641 꿀팁/강좌바질을 키워 봅시다 19 그런데 22/03/17 5512 15
11935 IT/컴퓨터MSX 시절에 동그라미 그리던 이야기 6 그런데 21/07/29 3965 6
13531 일상/생각KTX 역방향 좌석 이야기가 나온 김에 14 그런데 23/02/02 3185 7
9496 게임돈 못 버는 LCK, 이대로 괜찮은가? 15 그대지킴이 19/08/01 5327 0
5282 게임e스포츠 분석 전문 사이트 <eSports Pub>을 소개합니다. 12 그대지킴이 17/03/24 3989 1
249 기타[서평] 빅데이터 시대 : 알고리즘적 자아와 존재론적 위기, <만물의 공식> 5 그녀생각 15/06/07 9789 0
221 기타[서평] 가계부채는 왜 위험한가?, <빚으로 지은 집> 23 그녀생각 15/06/05 10453 0
11664 일상/생각무거운 동영상을 하나 공유합니다. 2 귀차니스트 21/05/12 3773 2
11576 일상/생각힘든 청춘들, 서로 사랑하기를 응원합니다. 28 귀차니스트 21/04/13 5795 3
10426 IT/컴퓨터3월 기준 이어폰 추천 (~5만원) 3 귀차니스트 20/03/24 5762 1
10411 기타코로나에 대한 군대의 대응 1 귀차니스트 20/03/21 5156 4
12614 정치푸틴은 어쩌다 '푸틀러'가 되었나 12 귀여운무민 22/03/12 4724 1
731 일상/생각혐오 조장하는 사회 - 08/04 피디수첩 21 귀가작은아이 15/08/05 6287 0
28 기타안녕하세요 권민아입니다. 7 권민아 15/05/30 9774 2
4279 일상/생각다소 이해가 안가는 요리 14 궁디스테이크 16/12/02 3702 0
9438 사회삼성은 역시 삼성인가보다 23 굴러간다 19/07/15 6406 13
9417 경제퀀트는 어떤 일을 하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2 굴러간다 19/07/10 6516 25
9441 기타중고차와 ESP 12 굴러간다 19/07/16 5386 10
9482 과학/기술알아도 쓸모 없고 몰라도 상관 없다 - 왓슨의 주장에 대한 비판 vs. 왓슨에 대한 비난 8 굴러간다 19/07/28 5598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