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5/30 10:27:14
Name   sisyphus
Subject   노약자석으로 보는 도덕의 외주화가 불러오는 폐단
분명 어르신이면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는데, 과거엔 부족해 보였는지. 정부가 개입해서 구역을 나누고 노약자석 임산부석등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도덕의 외주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근데 이제는 이런 강요된 배려가 오히려 양보에 대한 인식을 많이 퇴색시킨 거 같습니다. 예절 교육 캠페인보다 효율적인 정책이라 하겠지만 이젠 유통기한이 다한 거 같고요.

도덕을 억지로 구분 지을 때 발생하는 폐단이 점점 드러나고 있네요.
일반석을 양보하는 것과 달리 배려석에 앉아있다가 양보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도덕성 발휘를 제한합니다. 다시 배려석을 좀 줄이는 시대로 돌아갈 때가 온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노약자석의 배치를 바꾼다던가 색깔을 여러 개로 바꾸고 ‘약자를 배려합시다’라는 문구나
배려 로고로 대체한다던가요. [뚜렷한 선 긋기]는 이제 유통기한이 다한 것 같습니다. 자율적 행위를 켐페인하고, 배려석이라 양보하는게 아니라 내가 도덕적인 사람이라 양보하는 것이라고 알릴 때가 다시 오는 것 같습니다. 도덕을 강제하면 더 이상 그 행위를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자율적 배려 -> 규범화된 배려 -> 자율적 배려]
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이 지금 아닐까요? 누군가는 아직 더 강요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요된 배려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배려석을 비워두라는 문구까지 등장하면서 호의는 권리가 되어가고, 일반인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배려석에 앉아있는 것 조차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작은 선행을 할 기회조차 빼앗기면서, 사회의 자존감이 더 추락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은 선행의 실천은 개인의 도덕성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07 창작자작 수수께끼 : 사과, 배, 복숭아 12 SNUeng 17/01/12 4100 0
    3503 게임[LOL] 포탑 퍼스트 블러드는 어느 정도의 골드인가 6 Smiling Killy 16/08/12 10203 3
    2648 영화나만이 없는 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 시그널 보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4 Smiling Killy 16/04/20 9145 1
    575 생활체육[KBS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축구 인생 2막을 위하여 8 smile 15/07/12 7113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4 SKT Faker 24/11/21 853 1
    10446 일상/생각넷플릭스 보는게 힘이 드네요 40 SKT Faker 20/04/01 5750 0
    14747 일상/생각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sisyphus 24/06/17 1004 2
    12352 일상/생각뜻하지 않게 다가온 자가검열시대 6 sisyphus 21/12/15 4145 1
    12208 도서/문학"사랑은 전문가들의 게임일 뿐" 우엘벡의 설거지론 (수정) 21 sisyphus 21/10/26 5485 3
    12005 일상/생각사람이 바뀌는 순간 15 sisyphus 21/08/22 4335 2
    11201 일상/생각논리의 모순성. 일관성에 대한 고찰 8 sisyphus 20/12/08 4234 1
    11153 철학/종교천륜에 도전하는 과학,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철학 28 sisyphus 20/11/19 5501 4
    10810 철학/종교반대급부라는 도덕적 의무감과 증여 사회 sisyphus 20/07/23 4452 6
    10768 일상/생각인국공을 보며. 시간을 변수로 삼지 못하는 인간. 5 sisyphus 20/07/11 4667 9
    10729 일상/생각머리 아픈 질문. 자유주의자에게 학문이란? 19 sisyphus 20/06/29 5023 0
    10648 일상/생각나는 나와 결혼한다? 비혼식의 혼돈 15 sisyphus 20/06/03 5505 0
    10636 일상/생각비혼이라는 설익은 거짓말 13 sisyphus 20/06/01 4366 4
    10634 일상/생각노약자석으로 보는 도덕의 외주화가 불러오는 폐단 6 sisyphus 20/05/30 3812 2
    10618 사회커뮤니티의 빅브라더 (수정) 15 sisyphus 20/05/25 4268 0
    10514 정치오히려 우리는 지역주의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선할 수 없는 지역주의) 12 sisyphus 20/04/19 3886 0
    11146 일상/생각비혼 출산은 과학적 남용일까? 10 sisyphus 20/11/19 3964 0
    6599 일상/생각Polaris 8 Sifting 17/11/16 3558 3
    12954 육아/가정제 일생에서 가장 어이없는 말을 어제 들었습니다. 35 shadowtaki 22/06/26 5512 0
    12398 육아/가정이혼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음이 이혼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음에 관하여 37 shadowtaki 22/01/02 6305 11
    12194 일상/생각가정법원에서 바라본 풍경들 6 shadowtaki 21/10/22 4427 2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